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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Oct 14. 2021

#6.힘든 상황일수록 이렇게 살아야

고전에서 챙기는 깨달음 하나

고전은 삶의 예행연습을 시켜줍니다. 

“혹시 이런 일이 벌어지거든 이렇게 살아가면 된단다.”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머리와 가슴에 진하게 각인이 되어 쌓입니다.

삶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이 왔을 때 저장되어 있던 자료들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나를 도울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주 고전 독서토론 시간에는 힘든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면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냥 힘든 상황이 아니라 전쟁과도 같은 힘든 상황일 경우에 이렇게 살라고 말해줍니다.






이치를 맞게 살아라.


헤로도토스의 역사, 제Ⅷ권에서는 유독 이치(理致)라는 말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페르시아의 전쟁을 앞두고 헬라스를 도우러 여러 동맹군들이 참여합니다. 누가 함대를 지휘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생깁니다. 동맹군들은 라코니케인이 지휘관이 되지 않으면 차라리 참전하지 않겠다고 하며 아테나이의 지휘관에 복종하기를 거부합니다. 동맹군들이 반대하자 아테나이인들이 양보합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헬라스가 살아남는 것이었고, 그들이 지휘권을 두고 다투면 헬라스가 망하리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제Ⅷ권, 3장-


아테나이인들의 이런 선택이 이치에 맞는 행동이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테나이인들은 이런 이치를 깨달고서 순순히 양보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교훈인가요? 작은 것에 연연해하다가 큰 것을 잃고 마는 것이지요.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를 금방 알아차리고 순순히 양보하는 아테나이인들의 태도가 너무 멋집니다. 


이치를 깨닫는 일이 어디 쉽나요? 이치를 깨닫지 못해서 저지르는 실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치를 알고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치에 맞게 산다’는 말은 이치를 깨달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까지를 하며 사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치에 맞게 산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내용에서도 이치에 대한 말이 나옵니다.

아테나이의 아크로폴리스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살라미스에 있던 헬라스인들은 공항 상태에 빠집니다. 데미스토클레스는 므네시필로스의 조언을 듣고는 헬라스가 살 수 있는 길은 살라미스에서 해전을 벌이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령관 에우뤼비아데스에게 면담을 요청합니다. 이스트모스로 철수하는 대신 살라미스에 버티고 서서 해전을 벌여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신탁은 살라미스에서 우리가 적군에 이길 것이라고 약속했었소. 우리가 이치에 맞는 계획을 세우면 성공하기 마련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 계획을 세우면 신께서도 우리의 뜻을 이루어주시려 하지 않는 법이오.”

                                                                                     -헤로도토스의 역사, 제Ⅷ권, 60장-


이스트모스로 물러나는 대신 살라미스에서 페르시아 군과 싸우겠다는 건 위급 상황이고 힘든 싸움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힘든 싸움이 예상되지만 싸우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힘든 상황일수록 이치에 맞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보고 힘들어도 이치에 맞으면 싸워야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이치에 맞는 싸움일 때 신도 뜻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했으니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 단순한 옳고 그름의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진리나 ‘공동선’의 차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면서 전쟁과도 같은 상황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차근차근 이치에 맞게 대응했더라면 이길 수도 있었던 싸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너무 겁나니까 우선 멀리 도망부터 쳤던 적도 많았을 겁니다. 그래도 싸워야 하니까 마지못해 대응했으니 지는 싸움이었겠지요. 힘든 상황일수록 이치에 맞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고 싸웠더라면 이겼을 싸움이  많지 않았을까요?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는 이치에 맞게 하는 것이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는 깊은 성찰을 통해서 깨달아지는 차원이기 때문일 겁니다.







정적과도 화해해라.


헬라스 동맹군들은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여러 번의 갈등이 생겼습니다. 페르시아 함대가 밤새 살라미스를 포위하는 동안에도 헬라스 장군들은 격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리스테이데스는 아이기나에서 살라미스로 건너옵니다. 헬라스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아테나이인으로 민중에 의해 도편 추방된 사람이었으니 테미스토클레스와도 최대정적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위기에 직면하여 그런 일들을 잊어버리고 테미스토클레스와의 면담을 요청합니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 우리는 다투되 우리 둘 중 누가 조국에 더 많이 기여하는가를 두고 다투어야 할 것이오.”

                                                                              -헤로도토스의 역사, 제Ⅷ권, 79장-


자신을 추방한 나라를 돕기 위해 미움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에 의해 추방된 것만 생각하고 괘씸한 마음만 먹고 있었다면 이런 결정이 나올 수 없었겠지요. 엄청난 위기 앞에 적이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먼저 면담을 신청했다는 것, 나라를 위해 누가 더 많이 기여하는가를 두고 다투자는 이 배포가 너무나 존경스럽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힘든 일이 벌어지면 마음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자신이 복수해 주고 싶었는데 누군가 대신 갚아주니 자신은 그대로 좋은 사람이고 상대는 힘들어진 것이니까요.  사실은 마음먹은 복수까지도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복수는 이런 화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이치에 맞는 일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힘들 때일수록 정적과도 화해해야 하는 경지이니 이치에 맞게 산다는 것이 더 어렵지만 도전해 볼 일입니다.






인간 본성과 기질의 좋은 면을 선택하라.



헬라스 함대가 페르시아 함선들로 완전히 포위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헬라스인들은 이제야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전투 준비에 들어갑니다. 날이 새자 해군이 소집됩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이때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연설을 합니다.


‘그는 시종일관 인간 본성과 기질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대비 시키며 그들에게 좋은 면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나서 승선하라는 명령으로 연설을 끝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제Ⅷ권, 801장-


적의 함대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입니다. 죽음을 앞둔 전투입니다. 이 전투를 앞두고 한 연설입니다. ‘인간 본성의 기질과 좋은 면을 선택하라’고 시종일관 권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승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힘든 상황일수록 인간 본성의 기질과 좋은 면을 선택하라는 조언은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힘든 상황일수록 인간 본성의 나쁜 면이 더 빨리 달려 나오는 법이니까요. 내가 저지할 시간도 안 주고 나쁜 행동을 해 버리기 일쑤니 까요. 생존본능이겠지요. 생사가 걸린 상황이니 더 그렇겠지요. 힘든 순간일지라도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 본성과 기질의 좋은 면을 선택해서 살아야 한다는 말 같습니다. 이 말 꼭 명심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고전은 이렇게 제게 삶의 예방주사를 맞혀 줍니다.

평소에 그냥저냥 살기는 되잖아요, 힘든 상황에 잘 살아가기는 참 어렵습니다. 예사 삶의 내공이 아니면 살아온 삶 전부를 그르치기도 합니다. 전쟁과도 같은 삶의 힘든 상황이 닥친다면 고전의 이 가르침들을 얼른 꺼내어야겠습니다.


힘든 상황일수록 이치에 맞게 살아라.

힘든 상황일수록 정적과도 화해하라.

힘든 상황일수록 인간 본성과 기질의 좋은 면을 선택하라.


마음속에 밑줄 긋고 중요 표시해서 금방 눈에 띄게 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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