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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Mar 10. 2022

 부모와 자식의 인연, 그 마법 같은 깨달음!

3주간 엄마의 시간으로 다시 살아보았네요.

어제 아침 일찍 딸이랑 사위랑 아가들 데리고 미국 갔어요.

이제 막 미국에 도착했을 시간이네요.

우리 사위 아빠가 인천 공항까지 직접 운전해서 데려다주고 다시 내려오겠다고 하셨어요. 

10시간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하신 아빠 마음도 참 대단하지요!



저는 아이들 보내 놓고 바로 운동하러 나갔어요.

맨발걷기 하면서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였지요.

마음이 균형을 잃어 출렁거릴 때 몸 먼저 챙기면 마음이 따라 챙겨지더라고요.

가족들 떠난 휑한 마음 공간, 물리적 공간을 다시 원래의 균형을 찾기 위한 저만의 의식이었습니다.



맨발걷기 운동하면서, 

엄마로 살아가는 딸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딸의 엄마로 사는 시간을 곁에서 간접적으로라도 함께 경험해 보았습니다.

아이 둘 키운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경제적인 것은 제쳐두고라도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일일 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집이 난장판이 되는 게 순식간이더군요. 제대로 치워놓고 산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더군요. 제대로 밥상 차려서 밥을 먹는다는 게 아가 자지 않는다면 꿈도 못 꿀 일이더군요.

이 시간을 딸이 6년째 해 내고 있으니 대단한 엄마내공 아닐까요!!!

엄마로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분들에게 존경하는 마음과 경외심까지 듭니다!!!







저도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을 허락받고는 얼마나 설레고 행복하던지요!

생전 안 하던 음식에 도전해서 자식들에게 맛있는 것 먹이고 싶은 거예요.

한 가지 음식 만드는데 한 시간씩 걸려서 겨우 성공해 내어도 그 시간이 마냥 행복한 거예요.

손자랑 놀 때도 할머니에게 이것 그려보라고, 저것 그려달라고 해도 폰 열고 보고 그려서라도 

제가 시실 제일로 못하는 그림에도 도전하면서 손자랑 노는 것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네요!


15개월 손자 재우는 것 혼자 해 보겠다고 하고는

딸 혼자 외출해서 친구들 만날 수 있도록 딸만의 시간을 허락해 주니까 엄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 아가 재우느라 애를 먹어도  엄마 없이도 아가가 잠들어 주니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네요.  


우리 사위를 위해 토종닭 삼계당 만들어서 먹이는 것도 과감히 시도하는 것도 즐거운 도전이네요. 

"어머님은 음식 만드는 솜씨 숨겨놓은 것 아니에요?" 하면서 하는 음식마다 다 먹어주는 사위 보면서 다음 음식도 연구하고 그러는 것도 즐거운 공부네요~~~ㅎㅎㅎ




이렇게 지내다가 가족들이 또 훌쩍 떠났어요. 

가족들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 이러면서 마음에 나이테 하나씩이 늘어나더라고요. 

자식 훌쩍 떠난 그 공간에 다시 내 마음이 들어가 앉으려면 제법 오래 애를 먹더라고요. 

애를 먹는 그 마음 조율의 시간을 견뎌내느라 선명한 나이테가 되었나 봅니다.


부모라면 매한가지일 테지요.

자식 키우다가 공부하느라 떠나보내고, 취직해서 떠나가고, 

결혼해서는 또 완전히 분리되고, 각자의 다른 삶을 살다가 중요한 날 만났다가 또 헤어지고....

이런 과정을 우리는 경험하면서 살아가잖아요.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옅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 어떡하면 좋나요? 

저도 이 점이 참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나이테 하나씩 생기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으로 맺어준 이 놀라운  마법을 풀 수 있었습니다.




자식에게 한없이 가는 이 마음의 방향을 바꾸면 된다는 것을 밝혀 내었습니다. 

나에게 완전히 턴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살아보니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더 진해질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이걸 그냥 자식 사랑하라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 마음 그대로 사용하면 그 에너지 그대로 자식에게 가면 자식이 불편해지고 어쩌면 그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자식이 화상 입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 진한 마음, 그 강한 에너지를 나를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야 내가 먼저 구해지겠더라고요.

내가 온전히 살아지는 거더라고요.

생물학적 시간으로도 나이 들수록 얼마나 자신을 더 챙겨야 하는 일이 많은지요.

몸 건강, 마음 건강 얼마나 정성 들여야 이것 챙겨지는 일인지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위해 하는 일이면 목숨을 걸잖아요.

이 일(나 챙기는 일)이 목숨 걸고서 해야 하는 난이도 꽤 높은 일이더라고요. 

나 챙기고 나 보살피고 나 업그레이드시키고 나 성장시키는 일에 올인해서 평생 살아라고 

이렇게 부모와 자식의 인연으로 맺어주었더라고요.

자식 사랑하는 에너지를 갈수록 더 부모에게 퍼부어 주는 거더라고요.

나를 위하는 일보다 자식 위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니까

자식을 위해서라도 나 챙기는 것 잘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그걸 깨우쳐서 평생 '나'로도 잘 살아가라고 이렇게 부모로 살아가게 해 주셨더라고요.



부모로 평생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신의 섭리더라고요.

신의 허락이고 축복이고 신의 은총이더라고요.

이 축복, 이 은총 평생 누리면서 살아갈 겁니다.

나 알뜰살뜰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



부모인 내가 따뜻한 햇살이 되어서 살아가면

부모가 따뜻한 난로 되어서 살아가면

자식은  살다가 마음 휑한 날,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는 날, 엄마를 찾아줄 거잖아요.

그때 자식이 마음 놓고 엄마 찾아와도 된다고......

마음 온도 따뜻이 데우면서 평생 살아야 이 타이밍 놓치지 않을 거잖아요. 이 타이밍이 가끔 찾아와도 그게 어디예요. 자식의 한 방이 부모에겐 얼마나 진한데요. 그걸로 평생 살아갈 에너지가 되기도 하는걸요. 

가끔 와서 따뜻한 난로 쪼이고 가면 그 따뜻함이 좋아서 자주 찾게 되기도 할 거고요. 






딸이 가고 나서 보니까 책상 안에 칸막이 사서 넣고 정리 깔끔히 해 놓고 갔네요. 주방 찬장 속에도 그렇게 해 놓고 갔네요. 샤워하는 곳에 머리카락 걸리지 않게 하는 것도 다 사놓고 갔네요. 엄마 세수할 때 크린싱 잘 되는 것도 주문해 놓고 갔네요. 아가들 보살피랴 힘든데도 엄마 책방 책 많아서 너무 복잡하다고 책장 정리도 다 해 놓고 갔어요. 그 무거운 걸 옮기고 정리해 주면서.......



그것 발견하고는 얼마나 눈물이 쏟아지던지요!

딸이 이렇게 엄마 많이 사랑하고 있고 알뜰살뜰 챙겨주고 싶어 하는구나 싶으니 너무 감동받아서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가기 전날 밤, 딸이 꼭 안아주면서 

"엄마 우리 또 서로 잘 성장하다가 만나자. 엄마 사랑해."  하면서 오래 꼬옥 안아주고 토닥여 주더라고요. 

저도 "딸아, 애쓴다. 힘내라. 엄마가 많이 응원할게." 하면서 오래 토닥여 주었답니다. 




이것 봐요. 

자식이 더 후하다니까요.

난 조금 사랑해 주었는데, 딸이 더 많이 사랑해 주네요. 

아직은 나 챙기는 것 많이 부족한 엄마인데 

그래도 엄마 자신 챙기려고 노력하는 엄마를 먼저 인정하고 알아봐 주네요.

딸은 엄마 곁에 편안히 머물면서 

엄마가 미쳐 못 챙기는 부분은 살짝 우렁각시 되어서 도와주네요.

이렇게 부모에게 마음 후하게 써 주는 대상이 자식이니 부모가 얼마나 이익인가요!






어렸을 때 엄마 도움이 많이 필요할 때는 정성 다해 키우다가

초등학교 때는 서서히 스스로 경험해 보도록 허락해 주다가

사춘기 때 거의 많이 기꺼이 놓아주다가

직장 얻어서 나가고, 결혼해서 따로 가족이 생기면 완전히 놓아주는 것

이것 서서히 워밍업 시켜주는 게 부모의 자리이네요. 

자식 사랑이 더 깊어지는 그 무게와 그 깊이로  나 사랑을 실천하라는 평생 미션을 주면서요. 

방향만 완전히 턴해 버리면 된다는 깨달음을 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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