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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Dec 26. 2021

저는 엄마일 때가 가장 좋습니다!

미국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요.

2년의 방학 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요.

가족이라는 사랑의 수혈을 받아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특히나 엄마로 살아가는 이 삶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이제 고갈이 되려 합니다.



엄마로 살아보려고 갑니다. 딸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제 딸이 너무나 사랑하는 소중한 내 사위도 너무 보고 싶습니다.

제 딸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제 딸의 아가들도 얼른 보고 싶습니다.

손녀 태어나고 한 번도 안아보지를 못했습니다.

사진으로 화면으로만 할머니를, 손녀를 바라보며 기억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제 손녀가 15개월이 되었습니다.



무슨 싸움터에 나가는 장수처럼 비장합니다.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저를 위한 걱정이겠지요.

백신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저도 다시 저를 다독였을 것입니다.

좀 더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저 자신을 어떻게든 설득했을 것입니다.



백신이 나오고는 용기를 내어 보는 것입니다.

백신 3차까지 얼른 맞았습니다.

평생 안 맞던 독감 예방주사도 맞았습니다.

몸 컨디션도 더 잘 조절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만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다 해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될 줄이야…….



“I Can’t wait to see you!!”

고등학교 때 미국 가서 살게 된 딸은 솔직한 마음을 표현할 때는 영어가 더 불쑥 튀어나오나 봅니다.

“미투~”라고 한국말로 얼른 답해 주었습니다.



엄마 되어도 살아보고 딸이 되어도 살아보고 있습니다.

엄마 경력이 35년째고 딸의 경력은 59년째입니다.

엄마가 더 딸을 그리워하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면 더 그리운 법이니까요.

저도 엄마에게 그런 딸이니까요. 엄마를 제 딸만큼 보고 싶고 그리워하는 건 아니니까요.



딸이 결혼하고부터는 더 그리함을 인정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옮겨간다는 건 많이 아팠지만 괜찮았습니다.

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제 사위도 제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사위 덕분에 딸이 엄마를 안 찾으니 오히려 정말 고마워해야 할 대상입니다.

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자, 손녀라는 사실만으로도 손자, 손녀는 제게 딸만큼 소중한 사람입니다.

엄마라는 이 핏빛 같은 사랑을 경험하게 해 주는 대상이니 너무 고마운 대상입니다.

소중한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가슴 벅찬 행복입니다.






5살 손녀 한글 가르치고 싶어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할 때도 안 해 보았던 한글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쉽게 효과적으로 가르칠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한글의 창제 원리에 맞게 가르치는 게 무엇인지를 이렇게 깊이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세종대왕님이 보셨으면 기특해할 것 같습니다~~ㅎㅎㅎ



15개월 손녀랑 어떻게 놀아주면 좋을지?

첫 손자 만나러 갈 때 했던 놀이도 떠올려 보고 관련 책도 검색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유명한 창의놀이 강사님의 강의도 시간 이렇게 저렇게 조정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 무슨 책 읽어줄까 고민하고 물어도 보고……,

짐 가방 속은 손자, 손녀들의 놀잇감이나 책이 거의 전부입니다.



이런 수고가 너무나 신난 것 보면 저는 천상 엄마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엄마로 살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 딸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입니다.

내 손자, 손녀들과 잘 노는 것이 내 딸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놀까를 고민해 보고 애쓰는 이 마음씀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런 마음씀이 클 때 저는 엄마로 쑥 쑥 성장하는 지점이더라고요.

사실  성장하러 딸에게 갑니다.

엄마로 사는 그 시간이 저를 가장 단단하게 아름답게 성장시카는 지점이었으니까요.



사실 저 행복하고 싶어서 갑니다.

엄마로 사는 그 시간이 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딸과 사위가 그 시간과 공간을 기꺼이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 기간이 15일 정도 선물처럼 찾아왔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10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이 있어서 빨리 들어와야 합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딸이랑 의논하면서

아가들의 엄마인 제 딸이 리드하는 대로

할머니 보조자는 정성을 다해 리드를 돕고 오겠습니다.








가족이랑 생활해도 저 자신으로 사는 시간도 물론 잘 확보하겠습니다.

저도 제 딸의 엄마니까요. 제 딸 행복하면 좋겠거든요.

제 마음과 몸이 건강해야 제 딸의 좋은 엄마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서로 사랑할수록 ‘따로 또 같이’를 잘 챙기는 이유는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를 먼저 잘 챙기는 것이 제 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행복한 엄마이길 제 딸도 바랄 테니까요.

평소에는 마음 덜 쓰이지만 엄마 힘들면 제 딸도 더 힘들 거라는 건 딸로 살아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까요.


잠들기 전 포도주 한 잔 하면서

읽고 싶었던 책도 읽으면서

글로도 나를 만나면서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이 시간도 소중하게 알뜰히 챙기겠습니다.


나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 자식까지 단단하도록 돕는 일이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모와 자식의 인연으로 맺어준 이 시스템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충전 장치인 것 같습니다.

대강 노력해서 얻어지는 행복이 아니니 더 최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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