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의 삶공부 Mar 25. 2022

정말, 감정만 읽어주면 되는 건가요?


정말 감정만 읽어주면 될까요?


제가 자주 감정을 먼저 읽어주라고 

그러면 좋은 행동은 스스로 선택한다고


뇌가 답을 말해주는 거라고

2층 뇌(감정의 뇌)를 잘 보살펴서 

3층 뇌(문제 해결의 뇌)로 올라가게만 하면 된다고

그러니 감정을 읽어주라고 거듭 강조했었잖아요.


의문이 들지 않으셨나요?

‘정말 그럴까?’ 


그리고 해 봐도 안 되는 경험도 하지 않으셨나요?

감정 읽어준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출렁거리는 아이 감정 읽어주다가 엄마 감정도 따라서 출렁거려서 

아이도 엄마도 감정만 상하고 행동수정은 꿈도 못 꾸고 말았던 경험도 있지 않나요?

그래서 감정 읽어주기는 아예 포기해 버리고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는 실패 경험을 한 적은 없으신가요?







감정카드를 한 번 사용해 보세요.    




어제 동학년 선생님에게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하루 전에도 

감정카드 알려드린 것 사용해서 아이들 다투는 문제를 잘 해결했다는 메시지를 다른 선생님이  해 주셨어요. 두 분 다 남선생님이십니다. 두 분 다 너무 잘 활용하시더라고요.    







수요일 교사 연수 시간에 감정카드 연수를 동학년에게 해드렸어요.

제가 학급에서 적용하고 있는 내용으로 해 드렸더니 와닿으셨나 봐요.

한 번 써먹어봐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아이들의 다툼이 있어서 바로 활용해 보셨나 봐요.


감정카드로 아이들 감정을 읽어주니까 감정이 내려가는 게 보이고 

감정이 해결되니까 좋은 행동을 선택하더라면서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하루 전에 활용하신 선생님은 신규 선생님이셨어요.

그날 아이 둘이 갈등이 있어서 

말로서 감정을 읽어주려 애썼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잘 안 되더랍니다.

2시간 정도 해 봐도 안 되어서 감정카드가 생각이 났답니다.

감정카드를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었어요.




처음에 감정카드로 조금 감정을 읽어주었더니

어떻게 하는지 알아듣고는 

선생님은 할 일 하시라면서

둘이서 해 보겠다고 하더랍니다.

둘이서 감정카드로 차례차례 감정을 읽어가더니 

스스로 사과도 하고 관계가 좋아지니까

감정카드로 놀이를 하면서 신나게 놀다가 갔답니다.~~~ㅎㅎㅎ


방금 원수처럼 싸우던 아이들을

이렇게 화해까지 시켜주고 

더 좋은 행동으로 선택하도록 돕는 역할을 감정카드가 해 주었던 것입니다.

신기하지요?







감정카드는 

현실치료 배우신 선생님들이 만들어 특허를 낸 ‘공감대화카드’ 중 한 가지입니다.

바람 카드랑 합쳐서 세트거든요. 낱개로도 팔아요.







저도 부모교육하면서 여러 카드를 활용해 봤는데

제가 해 본 거로는 이 감정카드가 제일로 효과가 좋더라고요.

학급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예전에 우리 반 아이들과 적용한 사례 하나 들려드릴게요.

아이들 쉬는 시간 되면 잘 놀고 오면 좋겠는데

자주 코피 터지고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싸우고 오는 경우도 자주 있어요.

특히 저학년은 더 그래요^^


싸우고 온 두 아이를 칠판 앞으로 데리고 갑니다.

미닫이 칠판 속에 감정카드를 붙여놓았거든요.


“아이고, 놀러 나갔는데 놀지도 못하고 싸우고 왔구나.”

이 말 정도만 해도 됩니다.


많이 씩씩거리는 아이부터 말하면 좋아요.

“지금 어떤 감정인지 한 번 뽑아볼래?”

분하다를 뽑더라고요.


“왜, 분하다를 뽑았어?”

내가 공을 가지고 가는데 팡 차 버리잖아요. “ 그래서 분했답니다.


“그랬구나!” 또 이 정도의 반응이면 됩니다.


“그럼 넌?”

친구의 말을 듣고 있던 상대 친구에게 감정을 뽑아보라고 합니다.

'억울하다'를 뽑더라고요.

“왜?”

이렇게 짧게 물어도 됩니다.

“나는 장난으로 했는데 내 뒤통수를 세게 때리잖아요.”

“그랬구나.”


다시 상대 친구의 차례입니다.

‘걱정되다’를 뽑았어요.

친구가 장난으로 한 건데 그것도 모르고 친구를 때려서 걱정이 된다네요.


그 말 듣고 있던 친구는 ‘놀라다’를 뽑더라고요.

방금 나를 때렸던 아이가 걱정된다는 말을 해 주니까 그 사실이 놀랍데요.


다시 상대 친구가 ‘미안하다’를 뽑더라고요.

그 감정카드를 뽑아 올리는데 바로 상대 친구가 ‘만족스럽다’를 뽑아 올렸고

‘고맙다. 즐겁다. 신나다. 행복하다’를 눈 깜짝할 사이에 둘이서 뽑아서 올리더라고요.

싱글싱글 웃으면서 카드 많이 뽑기 대회라도 하듯이

방금 머리 쥐어뜯으면서 싸운 아이들 맞나 싶을 정도로요.


마지막은 무슨 카드까지 뽑아 올렸나면요!

‘사랑스럽다’까지요.

저도 그때 너무 짜릿하고 신기했어요.

카드가 무슨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니까요!





여기까지만 해도 되는데

한 발짝만 더 나아가 보자고요. 

2층 뇌에서 3층 뇌로 올라갔으니 

좋은 행동을 아이 스스로 선택할 거지만 

교사가 말로서 조금만 도와주면 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할래?



아이가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미리 예방주사를 맞아두는 셈이지요.

“친구가 장난으로 공을 찰 수도 있으니까 때리지 않을 거예요.”

“저는 친구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 장난으로 친구 공을 차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좋은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더라고요.


감정 읽어주고 다음에 할 좋은 행동 선택하는데 10분 정도 걸렸을까요?

두 아이 감정 내려가니 다른 친구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로 순환되어 학급 아이들 모두 공부 잘했어요. 

한 아이의 감정은 우리 반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한 아이 감정 무시하고 공부를 한다는 게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까요.


그날 점심시간 신나게 놀았나 봐요. 

자주 갈등하고 싸우느라 그 아까운 노는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더니,

점심시간 마치고 들어오는 아이들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게 보이던지요!

“선생님, 우리 신나게 놀았어요!”

이렇게 전해주면서 스스로도 뿌듯해하더라고요.







감정이 내려가면 아이들은 어떤 기적을 안겨줄지 모릅니다.

좋은 행동, 선한 행동은 물들어가서 주변 환경을 행복으로 물들입니다.

감정이 골라진 다음에야 꿈꿀 수 있는 환경이더라고요.


부모인 내가 먼저 그런 환경이 되어주는지?

교사인 내가 먼저 그런 환경인지를 늘 점검하게 됩니다.


아이 감정 읽어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 감정이 안 챙겨져 있으면 참 힘든 일이더라고요.

내 감정이 먼저 출렁거려서 아이 감정 읽어주려 어설프게 하다가 자주 실패하신다면

감정카드 같은 매개체를 사용해 보세요.


내 감정 읽어주는 것으로 사용해 봐도 좋아요.

예전 어르신분들 화투패 놓으면서 그날을 점쳐보는 그런 것 하는 것처럼

(그런 분들 계셨는데 이런 광경 모르시지요?^^)

감정 카드로 오늘 내 감정 어떤지 읽어주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요?

저녁에 머리가 무겁고 내 마음이 구름 잔뜩 끼인 날도 사용해 봐도 좋고요.

나에게 적용해 보는 게 가장 빨리 익혀지고 효과도 나에게 가장 잘 나더라고요.

나랑 연습이 되면 아이에게 적용하기는 쉽잖아요. 


사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이 감정카드 사용할 기회가 없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요.

칠판에 아예 감정카드를 붙여두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대신 제 마음에 있는 감정카드는 자주 꺼내게 됩니다.

“너희들 같은 멋진 아이는 세상에 없어. 선생님 너무 행운이야! “

“너무 멋져서 눈이 부셔!”
 ”선생님은 학교 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얼마나 친하게 느껴지는지! “

“너희들이 자랑스럽고 고맙고!”

“이렇게 멋진데 갈수록 얼마나 멋져질까 싶어서 설레!”


저의 감정들을 전해 들으면서

혹시나 감정 출렁거려서 찌뿌둥한 마음으로 학교에 온 아이들에게도 감정 세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감정을 말해주는 것은 상처 난 마음에 밴드 붙여주고 호호 불어서 빨리 나으라는 액션을 하는 거니까요. 

아이들은 교사가 밴드 하나 붙여주고 호호 불어주는 이 작은 행동으로도 아픈 곳을 다 치유해 내던걸요. 

교사인 저는 제 감정 말하는 그 시간이 저를 치유하는 시간이고 아이들에게서 치유의 손길을 받는 시간이니까요. 




아이들의 자생 치유력을 믿습니다.

사람들의 자생력을 믿습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느껴지면

자신을 좋아지게 만들어주는 행동은 스스로 선택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 아닐까요!

멋지게 살고 싶고, 선하게 살고 싶은 게 선한 욕심 아닐까요!

이런 선한 욕심은 감정이 골라진 다음에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감정이 더 잘 골라진다면 더 가속도가 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율'은 '믿음'에서만 싹트고 열매 맺는 씨앗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