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건지는 깨달음 하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제Ⅴ권, 23장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훌륭한 계획과 행운이 많이 필요한데, 그것을 구비하기란 인간인 우리로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이 텍스트 속에서 핵심 질문을 이렇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훌륭한 계획과 행운을 어떻게 구비할 수 있을까?
먼저 생각해 본 것은
훌륭한 계획을 구비하면 행운은 더 우리의 통제권 안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삶이라는 전쟁은 훌륭한 계획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반드시 행운이 따라주어야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훌륭한 계획에 치중하여 준비해야 하지만 나머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인 신의 몫인 행운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럴 때 행운도 내가 훌륭한 계획을 짰을 경우 더 행운 쪽에 기운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계획이란 신이 보시기에 선한 계획, 나에게도 도움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계획이 훌륭한 계획이라는 뜻입니다. 선한 의도, 선한 결정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런 계획을 밀고 나갔을 때 행운이 따라온다는 말입니다. 선한 의도나 선한 결정에 더 가까울수록 더 행운이 따라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더 좋은 결정을 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선한 결정(훌륭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요?
훌륭한 계획을 하고 살려면 무엇이 전제조건으로 되어 있어야 하는가?
이것에 대한 생각을 깊이 나눠 보았습니다.
훌륭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재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훌륭한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가 필요하듯이, 훌륭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건축 자재가 필요하듯이,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한 생각 재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맨땅에 헤딩한다고 해서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머리만 깨어질 뿐(^^), 좋은 결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험을 할 때 생각이라는 것과 버물려져서 저장된 경험이 가장 좋은 생각 재료입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어 있을 때 좋은 생각 재료가 된다는 것이지요.
경험(지식 등) 저장 창고에서 좋은 생각 재료들을 끄집어내어 와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훌륭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모두 훌륭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재료를 모으는 과정인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생각이 꼭 들어가는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권수만 채우는 독서가 아니라 생각하는 독서, 무작정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일을 하고 싶은지? 왜 이일을 해 내어야 하는지 등, 생각을 나누면서 하는 경험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혼자 생각하면, 그 생각을 경험으로 옮기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도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니까,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은 생각을 못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경험으로 축적된 지식이 많을 때 훌륭한 생각을 하기가 훨씬 더 유리합니다. 교실에서 하브루타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도 합의가 된 경험을 축적하는 방법입니다. 하브루타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커뮤니티에 속해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이 배우고 잘 배워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니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정이 아이들에게는 커뮤니티인 셈입니다. 가족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학교가, 학원이 아이들에게는 커뮤니티인 셈입니다. 친구들과의 친함이 아이들에게는 커뮤니티인 셈입니다. 이런 커뮤니티에서 우리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잘 지내는지? 자기 방에서 혼자 할 일 잘한다고 무조건 잘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가족이라는 커뮤니티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소통이 잘 되는 가족이 경험의 축적 면에서도 아주 아주 유리합니다. 행복하게 경험하니까 기억하기에 더 유리하기도 하고요.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는 이유는 기억에 유리한 환경이 제공되었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몇 년 전 EBS에서 이와 관련 연구와 발표도 있었습니다. ‘행복한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한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까 저도 많이 찔립니다. 우리 교실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질 좋은 커뮤니티의 환경인지 엄청 반성이 됩니다. 다양한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해 주는 커뮤니티 인지도 반성이 됩니다.
어떤 커뮤니티에 내가 속하는 가에 따라 나의 경험의 양과 질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가정이라는 환경, 담임교사라는 환경에서 변할 수 있는 환경은 부모님과 교사 환경입니다. 가정, 학교라는 커뮤니티에 도움이 안 되니 아이더러 변하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코로나 이후는 국경을 초월하여 전 세계적인 사람들과 연대하여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 아이들은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커뮤니티에 속해서 배울 것입니다. 이제는 혼자서 배우고 깨닫는 것보다는 배움의 깊이와 폭을 훨씬 넓힐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무한 확장되었습니다. 저도 코로나 이후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줌으로 만나서 스터디하면서 서로에게서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은 메타버스까지 연결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배우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곧 다가올 세상이 얼마나 자연스러울까요. 숨 쉬듯 자연스러울 겁니다. 어떤 사람들과 연대하는지,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질 겁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내가 영향을 받는 비중이 커지니까요. 혼자 배울 때는 나에게 내가 영향을 주는 존재이지만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니 그 커뮤니티에서 받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좋은 커뮤니티를 가릴 수 있는 안목은 어떻게 생길까요?
선한 개인은 스스로를 잘 도우면서 잘 성장시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개인을 커뮤니티에서도 반길 것입니다. 서로 여기에 와 달라고 데리고 가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 사람이 커뮤니티에 크게 공헌할 사람이니까요.
이 사람이 커뮤니티의 리드가 되면 가장 좋지요. ‘커뮤니티 크리에이터’가 가장 뜨는 미래 직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입니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커뮤니티도 잘 성장시킬 사람이니까요. 이런 선한 커뮤니티를 리드하는 곳에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선한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도 힘을 발휘합니다. 리드가 하는 일에 합의하고 리드가 산출해 내는 결과물을 돈을 주고 사려고도할 것입니다. 그것이 유형 자산이든 무형의 자산이든 돈으로 환산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NFT를 리드가 발행하면 구매한다든지, 경험으로 축적된 지식(노하우)을 전수 받든 지, 어떤 형태로든 유형의 자산으로 돌아오는 것은 쉽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잘 되도록 도우면 저절로 부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선한 부자가 되는 법칙에도 일치합니다. 모든 성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을 도운 대가로 나에게 돌아오는 돈이니 선하게 흘러가도록 하면 됩니다. 선한 개인이 가장 강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이 뜻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나를 따르라’의 시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가치, 공감, 소통, 선한 기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리드인 세상이 갈수록 더 되어 갑니다. 저절로 사람들의 리드가 됩니다. 선한 영향력이라고 하지요. 진정한 리더,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강자인 세상입니다.
선한 기여를 할 수 있는 마음 바탕에 인문학적 지식이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이 깔려 있어야 나를 발전시켜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이 순수한 영향력의 사이즈 법칙이 변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그런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인문학적 지식은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지식이 생각과 버무려지면서 축적되어 오랜 시간 서서히 인문학적 지식으로 숙성되고 승화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아침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 탄생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