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탱탱한 잎사귀들 사이로 쭉 뻗은, 거의 가장 높아보이는 나무의 튼튼해보이지 않는 줄기의 꼭대기에, 위태롭게 한 가닥 나뭇가지가 매달려 있다. 붙어있는 게 아니라 제 몸을 간신히 붙들고 있다.
분명 저 나뭇가지는 붙어있는 나무의 가지였으리라. 언제였는지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툭하고 부러져서, 축 늘어지게 되어서, 더 이상 나무와 둥그런 부분으로 연결되어 있지 못하고 점으로 이어져 있기만 하게 된 것이다. 늘어진 가지 아래로는 말라 비틀어진 잎 뭉치가 꽃다발처럼 풍성하게 둘려 있다.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면서 흔들리는 모습이 목을 매달고 죽은 사람 같다. 저 잎 뭉치는 가을의 색도 겨울의 색도 아니고 죽음의 색이다. 이 세상에, 적어도 이 숲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 색이다. 자연을 생각할 때 결코 거론되지 못할 잿빛이다. 샛초록의 배경과 함께 보면 저것은 죽은 무언가의 영혼 같기도 하다. 원래-라는 것도 없지만-라면 겨울에 잎을 다 떨구고 봄, 여름에 이르면서 새로운 잎을 피워낼 수 있었던, 그러고 싶었던 가지가 모종의 이유로 꺾여버리는 탓에, 죽은 잎도 내려놓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도 내려놓지 못하고, 억울함에 어떤 것이든 붙들고 있다가 결국 오도가도 못하는 저런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떨어져도 이상할 것 없이 힘 빠진 채로 축 쳐진 채.
떨어져서 저 낭떠러지 아래로, 어딘가 폭신한 곳으로, 차가운 흙바닥이 가려진 곳으로 굴러가길. 여긴 숲이니까 어디에 떨어져도 모두 포근한 부분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