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급식 메뉴를 확인하는 일은 꽤 설레는 일상이었다. 난 또래에 비해 적게 먹는 편이었지만 맛있는 음식은 좋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급식 메뉴는 ‘부타동덮밥’이었다. 직역하면 ‘돼지고기 덮밥 덮밥’이 된다. 급식 메뉴의 이름은 대개 이런 식으로 신경 쓴 듯 무심한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짓는 건지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부타동덮밥은 밥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주는 메뉴였다. 두툼한 크기와 잘게 썰린 크기의 허연 돼지고기가 섞여 있는 가운데 당근과 파, 계란이 어우러져있다. 그것들과 돼지 육즙 소스가 함께 국자에 담겨서 밥 위에 한 움큼 올라가는 것이다. 소스가 스며든 밥 위에 돼지고기와 채소를 얹어 먹으면 한 입 한 입마다 충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부타동덮밥은 닭다리나 돼지수육처럼 인기 메뉴는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은 뭐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는 메뉴였기에 나는 부타동덮밥이 더 좋았다.
부타동덮밥이 나오는 날이었다. 나는 새로 사귄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부타동덮밥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동감했다. 이에 덧붙여 친구는 내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었다. 친구는 얼마 전에 한 식당에서 ‘부타동’을 먹었는데 그게 정말 맛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부타동은 급식에 나오는 부타동덮밥과는 아예 다른 음식이라고 하며 훨씬 맛있다고 했다. 나는 그 부타동이 너무나 궁금해서 바로 그 주 주말에 그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첫 손님인 듯했다. 얼핏 보이는 주방 안은 (요리겠지만) 요리보다는 무언가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식당은 크지 않았고 아늑했다. 벽 위쪽 나무 선반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창가에 앉았다. 흐린 날이라 볕이 들지는 않았고 다른 자리보다 약간 더 밝았을 뿐이었다. 메뉴판은 테이블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메뉴판을 손에 드는 일이 언제나 그렇듯이 조금 설레는 기분으로 메뉴들을 훑어봤다. 맨 위에 ‘부타동’이 있었고 고민 없이 부타동을 주문했다. 첫 손님이니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생각보다 더 기다린 후에 마침내 부타동이 나왔다. 그 부타동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동글동글한 청색 무늬가 새겨진 그릇에 담긴 밥 위로 네모나고 두툼하게 썰린 돼지고기가 정갈하게 원을 그리고 있었다. 가운데는 수란이 얹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그 돼지고기는 허연 색이 아니라 간장소스를 발라서 진한 갈색이었다. 내가 알던 모습과 다른 부타동에 그 윤기 나는 돼지고기를 꽤 오래 관찰했다. 그리고는 수란을 터뜨려 밥과 살짝 비비고 돼지고기를 얹어 한 숟갈 떠보았다. 돼지고기가 커서 입을 크게 벌리고 먹어야 했다. 미간이 찌푸려졌다. 너무 맛있어서 그런 거였다. 그 부타동은 정말 맛있었다. 짭조름하고 달달한 간장 소스가 스며든 돼지고기는 수란이 부드럽게 스며든 밥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 부타동은 급식의 부타동덮밥과는 아예 다른 음식이라고 할 만했다. 둘 다 돼지고기 덮밥이긴 했지만 겉모습부터 맛까지 다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차분하게 무아지경으로 먹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릇이 다 비워져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학교로 돌아와 친구에게 내가 먹던 부타동덮밥은 부타동이 아니었다고 신나게 얘기를 나눴다. 친구와 얘기하면서 다시 ‘부타동’의 맛을 떠올렸다.
‘부타동덮밥’은 한 동안 급식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잊고 살았다. 수개월 후에 나는 일상적으로 오늘의 급식 메뉴를 확인했는데 오랜만에 부타동덮밥이 보였다. ‘부타동’을 먹었던 날이 떠올랐다. 부타동이 참 맛있었던 것 같았는데 맛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부타동덮밥의 맛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어도 잘 떠올랐다. 그러고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부타동을 먹은 후로 부타동덮밥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게 되었다. 이름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던 메뉴에서 흐릿하게 특유의 분위기만이 감도는 메뉴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딘가 적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부타동덮밥의 이름이 그냥 ‘돼지고기 덮밥’이었으면 나는 두 음식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름이 돼지고기 덮밥이었으면 부타동을 먹으러 갈 일도 없었으리라.
부타동덮밥이 나왔다. 익숙하고 반가운 모습과 냄새였다. 한 입 먹었을 때 오늘은 후추가 조금 더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참 맛있었다. 더 맛있어진 것 같았다. 확실한 것은 부타동보다 부타동덮밥을 먹을 때 기분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다행스러웠다. 뜨거운 밥이 내 가슴을 덥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