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여덟 번째,
나는 사랑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는 전혀 설명할 수 없었다.
흔히 사랑과 함께 언급되는 설레는 감정이나, 무언가 기대하고 간절히 바라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사랑의 이미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관계를 견고히 해주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사랑은 내가 행하는 무언가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의 의미를 처음 접했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하는 것, 그 말은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사랑의 정의라고 느껴졌다.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내가 무언가 행하는 것으로.
나는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저 원하는 대로 흘러가길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실천이 없는 통찰은 아무 실효가 없다.’라는 프롬의 문장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사랑해 보기로 했다.
사랑이 행하는 것이라면 누구든 사랑할 수 있었다.
따뜻한 눈빛으로 인사하고 칭찬하고 응원하고 믿어줄 수 있었다. 연인에게는 이제서야 사랑을 조금씩 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전의 내 모습이 미안했다.
사랑을 행하면서 사랑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랑을 행하는 경험은 ‘사랑은 행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받아들이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이 깨달음이란 말이나 글자로 다 설명되지 못하는, 오직 실천에 의해서만 온전히 깨달을 수 있는 형태의 것이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절대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