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만 수십 번 꺼뜨렸던 초보의 바이크 연습기
첫 공도 주행에서 내가 많이 서툰 모습을 본 춘천 아저씨는 걱정이 되었는지, 춘천에 오면 바이크 주행 연습을 시켜주겠다고 선뜻 제안했다. 사실 내심 바라던 바였지만, 얼마나 알고 지냈다고 다짜고짜 부탁하기엔 염치가 없어 잠자코 있던 터였다. 그런데 먼저 그런 쉽지 않은 제안을 해주셔서,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오토바이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알려준 주소를 찾아 어느 골목에 위치한 주택에 도착해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대문으로 들어섰다. 막 잠에서 깬 듯한 모습의 아저씨가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마당에는 내가 연습할 MSX125라는 작고 귀여운 보라색 바이크가 놓여 있었다. 조금 지나자 바깥에서 낯선 배기음이 울렸다. 춘천 아저씨의 지인 세 분이 더 온 것이었다.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내향적인 성격이라 그분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 몰라 긴장이 되었다. 막연히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내 연습에 동행한 분들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왕복 달리기 게임을 같이 했던 오빠들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말수가 많지 않았기에, 나도 억지로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없어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분들과 인사와 몇 마디를 나눈 후, 연습할 장소로 이동했다. 당시 맨 뒤에 계셨던 분이 액션캠으로 내 형편없는 주행을 영상으로 찍어 주어서 심심할 때 가끔 보곤 한다. 출발, 정지 시 시동을 꺼뜨리는 건 예사였다. 어느 삼거리에서는 신호 대기 중 파란불로 바뀌었는데도 출발을 못해서 결국 빨간불이 되기도 했다. (뒤에 차들에게 몹시 죄송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행한 분들은 침착하게 기다려주었다. 그러다가 빨간불로 바뀐 지도 모르고 혼자 출발하여 뒤에서 스톱스톱!이라고 외치는 우스운 해프닝도 있었다.
공터에 도착해서는 춘천 아저씨와 동년배인 남양주 덕소에 사신다는 다른 아저씨가 지도를 해주셨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호탕한 말투를 쓰는 분이었다. 먼저 일정한 속도로 8 자 돌기를 했다. 한 점을 응시하며 고개와 상체를 비틀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원의 크기가 좁혀지는 듯하다가도 커졌다. 다음으로 1단부터 3단까지 쓰면서 공터를 크게 도는 연습을 했다. 코너 진입 전에 브레이크를 쓰고 탈출 후 스로틀을 여는 연습이었다. 감속과 가속, 기어 변속과 중심 이동 등 복합적인 조작을 연이어했기에 처음에는 많이 서툴렀다. 몇 시간 너무 긴장하여 연습하다 보니 하체에 쥐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감을 익힐 수 있었다.
잠깐 쉬는 동안, 함께한 분들에게 칭찬과 조언을 들었다. 이전에 다른 바린이(‘바이크 어린이’의 줄임말로 초보를 의미한다)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춘천 아저씨는, 내가 처음 하는 것 치고는 나름대로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 관심과 칭찬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이 벅차올랐다. 평소 쉽게 받지 못했던 인정이어서, 큰 의미 없는 말 몇 마디에도 마음이 둥둥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날 내 경험은 꼭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어른들의 관심을 받는 것과 같았다. 여러 사람이 내 서툰 주행에 맞춰 함께 해준 것이 얼떨떨했으며 과분했다. 하도 느려서 도로에서 차들이 내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갈 때도, 그분들은 괜찮다며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 시간에 나는 남모르게 감동을 받았다. 아마도 늘 무언가에 쫓기고 또 닦달당하는 감각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낯간지럽기도 하고 쉽게 표현할 수 없기에 마음속에 묻어두기만 했다. 그래서 이런 지면을 빌어서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