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도 바이크에 올랐다

첫 홀로서기에 나선 날에 대하여

by 라이더 성음

약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춘천에 가서 바이크를 연습한 덕분에 나는 이제 혼자서도 어느 정도 타고 다닐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바이크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 좋게도 바이크 연습을 시켜주겠다는 춘천 아저씨를 만나서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니 정말 인생은 모를 일이었다.

춘천에서 MSX125라는 작은 바이크를 타고 경사진 도로에서 출발, 정지를 연습했다. 춘천 아저씨를 따라 시내를 주행을 하며 도로 사정을 익혔고 소양강댐이나 지암리와 같은 관광지를 다녀오며 한적한 일반국도도 타 보았다. 그렇게 연습은 충분히 한 셈이었다.

이제 나 혼자 서울에서 내 바이크를 몰아야 했다. 춘천에서 익힌 도로주행 감을 이어가기 위해, 바로 다음 날 혼자 라이딩을 나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집에서 40~50분 거리인 의왕 백운호수였다.

미리 지도앱을 통해서 경로를 검색했다. 놓치면 안 되는 분기점이나 사거리에서 어느 차선을 타야 하는지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차량이 많을 경우 차선 변경이 어려울 상황을 대비한 것이었다. 이렇게 예상 가능한 부담스러운 상황을 미리 살피는 일은 나 같은 바린이(바이크+어린이: 바이크 초보를 뜻함)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여겨졌다.

그랬다. 그날의 첫 주행은 그만큼 나에게 도전적이었다. 그건 든든한 안전장치가 있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도로 위의 수많은 위험 요소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내 판단과 조작으로, 도착지까지 무사히 나아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 두려움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난폭한 운전자가 와서 툭 치고 가지나 않을지, 길바닥에 모래를 밟아서 미끄러지진 않을지, 사고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바이크를 타려고 주차장에 나왔는데, 키를 집에 두고 나왔단 걸 알아차렸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이거 혹시 그냥 오늘 나가지 말라는 신호일까?’라는 망상적인 생각도 떠올랐다.

혹자는 그렇게 무서우면 타지 말지, 뭐 하러 타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무섭지만 기어코 시동을 걸고 나가게 하는 내면의 힘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출발을 할 즈음 문득 학창 시절에 감명 깊게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 떠올랐다. 이 책은 20세기 초 민간 항공 우편 사업이 활발해던 시절, 야간 우편 비행이 시작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종사들은 야간 비행이 목숨을 건 일임을 알면서도, 우편물을 전달하기 위해 기꺼이 조종간을 잡았다.

일개 취미에 불과한 바이크 라이딩이 『야간비행』 속 조종사들의 책임과 업무 난이도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위험을 알면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긴장과 두려움을 감수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마음가짐만큼은 그 조종사들의 마음과 조금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단 시동을 걸고 나면, 그 모든 두려움과 고민은 곧 당면한 생존 과제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침착하게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야 하고 다른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대로로 진입해야 했다. 옆차선 차량이 급하게 끼어들지 않는지 예의 주시해야 하고 커브길에선 잘 보이지 않는 라인에 맞춰 돌아야 했다. 신호를 늘 의식하며 틈틈이 내비게이션도 확인했다. 마음은 분주한 데 손과 발은 자꾸 엇박자를 냈다. 기어 변속이 매끄럽지 않아 버벅거리기도 했고, 앞차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고 멈춰 서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면서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막 알게 된 본격적인 주행 경험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존재 방식이었다. 변화무쌍한 풍경 속에서 녹아들어 조그만 차체에 몸을 싣고 미끄러지 듯 나아갔다. 바람을 가르는 감각과 코끝을 물들이는 냄새들, 귓가를 맴도는 수많은 소음들에 파묻혔으나, 그 모든 것들이 나로 하여금 살아 있음을 선명히 깨닫게 했다.

시동을 끄고 헬멧을 벗으니 마음이 곧 벅차올랐다. 면허 학원에 등록하고 나서부터 약 6개월 만에 드디어 혼자서 바이크를 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애썼던 마음과 공들인 땀, 속상해서 흘렸던 눈물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이크 멘토인 춘천 아저씨게 도움 받았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래서 ‘감개무량’하다는 말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비록 여전히 미숙하여 누군가가 곁에서 지켜봐 줬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홀로 서기를 택했다. 살아간다는 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길을 스스로의 두 발로 걸어내는 일이다. 멋있고 의젓한 라이더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때로는 넘어지고 좌절하면서도 내 선택과 판단으로 나아가는 경험은 필수였다. 자동차를 배웠을 때도 좋았지만 그날 느끼는 뿌듯함은 그 몇 배였다. 그렇게 나는 본격적으로 매뉴얼 바이크 라이더의 세계로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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