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작전 수행

바린이 시절, 팀 라이딩에서 배운 것들

by 라이더 성음

내 바이크로 첫 주행을 마친 뒤, 기회가 되면 춘천 아저씨가 속한 팀의 투어 일정에 종종 함께했다. 일반적으로 ‘투어’라 하면 장거리 여행이나 숙박을 포함한 일정을 떠올리지만, 바이크 문화에서의 투어는 조금 다르다. 꼭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근처 카페나 식당, 작은 명소를 다녀오는 가벼운 라이딩도 투어라고 부른다. 그 해 겨울이 오기 전까지 적게는 두 명, 많게는 일곱 명이 모인 그룹 라이딩을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이런 그룹 주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장비가 바로 블루투스 통신 기이다. 헬멧을 쓴 채로 팀원과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치인데, 국내 블루투스 시장은 ‘세나(sena)’라는 회사의 제품이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 가뜩이나 지출이 많은데 고가의 블루투스 장비까지 덥석 사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휴대전화 그룹 통화로 소통을 해보았다. 하지만 발화시점과 전달시점 간에 딜레이가 발생해서 빠르게 전달해야 할 내용을 놓칠 수 있었다. 사고 위험까지 염두에 두고 보니 결국 세나의 구형 모델을 장착하게 되었다.

바이크 그룹 주행을 하면서 통신을 하는 일은, 자동차 운전 중에 옆 사람과 잡담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것은 공통이 하나의 목표, 즉 ‘동일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을 이루기 위하여 실시간으로 도로 위의 위험에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일종의 작전 수행 과정과 같았다. 어릴 적부터 ‘작전 수행’ 류의 만화나 소설을 좋아했던 내가 당연히 즐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 통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온 신경이 주변 차량과 바이크 주행 조작에만 집중된 나머지 다른 팀원이 던지는 농담에 웃음을 터뜨릴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서 종종 “성음이 살아 있어?” 하는 질문도 몇 번 들었더랬다.

어느 더운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호 대기 중 지글지글 아스팔트에 끓어오르는 열기를 묵묵히 견디는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 곡소리를 내며 자기 바이크는 뜨거우니 다른 바이크로 바꿔 달라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고, 나머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에,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유대감을 느꼈다. 한숨과 웃음, 열기와 엔진음이 뒤엉켜 만든 그 순간의 유대감은 바이크에서 내려 헬멧을 벗는 순간 흩어질 것을 알았기에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팀의 로드(선두에서 팀 주행을 지휘하는 사람)는 주로 덕소 아저씨가 맡았다. 체격이 좋고 호탕한 성격의 라이더로 도로 위의 위험 요소들을 빈틈없이 안내해 주는 믿음직한 분이었다. 나는 집중력이 떨어지면 노면 상태를 파악을 못한다거나, 차선 변경 중 뒤에서 오는 차량을 확인하지 못했다. 로드는 내 이런 사정을 어떻게 잘 아시고 제 때에 꼭 필요한 안내를 해주었다. 정말이지 그분 덕분에 아찔했던 순간을 몇 차례나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 동부권으로 투어를 즐기는 라이더들에게는 익숙한, 팔당대교 나들목에서 있었던 일이다. 투어를 다녀오는 길에 발생했는데, 팔당 터널 통과 후 팔당 대교로 진입하는 270도의 커브는 바린이에게 꽤 난이도가 있는 구간이다. 문제는 2차로로 이루어진 도로의 실선이 희미하게 지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로드를 따라가다가 타이트한 커브의 각도가 부담스러워 조금 더 넓게 원을 돌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실선을 넘어 버렸다. 그 순간 로드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거기 넘어가지 마! 큰일 난다!”

놀라서 핸들을 좀 더 안쪽으로 당겼다. 덕분에 실선을 넘어가지 않았고, 옆 차선에서 후행하던 차량과 접촉하지 않았다. 여전히 코너를 도는 중이라서 바이크가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코너에서 갑자기 스로틀을 열거나 닫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해서는 넘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렇게 무사히 팔당대교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로드가 앞선 상태로 뒤편에 있는 내가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그 시절에 나는 부지런히 기어를 바꿔야 하는 125cc 바이크의 조작이 무척 버겁게 느껴졌다. 특히 1단에서 2단으로 기어를 올릴 때는 기어가 N 단(중립 기어)에 걸리는 실수가 잦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2단 출발이라는 꼼수였다. 오르막이 아닌 이상 2단으로 출발을 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몇 차례 2단 출발을 하자, 로드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조작하는데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2단 출발은 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대체적으로 자상하게 말씀하셨지만 바이크 조작의 기본기에 관련해서나 주행 중에 위험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를 하셨던 분이었다. 그렇게 따끔하게 혼나기도 하면서 배웠던 시간들이 지금 내가 안전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아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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