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라이더로 살아남는 법
하남으로 이사한 이후 22년 9월에 서초구에 위치한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야근과 출장이 잦은 회사로 많이 바쁠 때는 주말에도 출근하기도 했다. 백수일 때보다 바이크를 탈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어떻게든 바이크를 타고 싶었기에 컨디션이 괜찮으면 바출(바이크로 출근)을 시도했다. 매뉴얼 바이크를 타고 복잡한 출근시간 대에 시내를 주행하는 것은 편안함 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계속해서 신호에 걸리는 일이 잦아서 기어를 조작을 부지런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유 없는 운전자들의 무자비한 끼어들기 같은 일에 대비하기 위해 항상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거리상으로는 20km에 불과하지만 약 60~70분 걸려 바이크로 출근하면 막상 사무실에 들어설 때는 녹초가 되어 있는 때가 허다했다. 영 편리한 일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나는 종종 금요일에는 기분이 좋아져서 바이크로 출근하는 선택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 출근길에서 어쨌든 빠듯한 서울 시내를 주행하는 연습을 톡톡히 한 것 같다.
바이크로 출근하는 초기에는 마음의 단단한 각오를 하고서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시내 주행이 미숙한 나로서는 출근길에 간단한 접촉 사고 같은 게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도 왜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성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담담히 시동을 걸곤 했다.
어쨌든 장비 착용이라던지 보험이라던지 안전장치 같은 것은 나름대로 마련했다 생각했다. 인생이 실전인 것처럼 서울시내 ‘바이크 출퇴근’이라는 상황에 부딪혀 적응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도로로 나서면 다양한 빌런을 만났다. 고의던 고의가 아니건, 내가 자빠지든 말든, 공격적으로 끼어들거나 내 뒤에 있다가 거의 스쳐 지나가듯이 차선을 바꿔 나를 놀라게 하고 달아나는 차량을 꼭 한 두대 있었다.
욕을 웬만해서는 잘하지 않지만 그런 순간에는 진심이 담긴 욕이 튀어나왔다. 누구든지 생명을 뺏길 위협에 처한다면 그런 욕쯤이야 인격에 큰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할 것이다. 나는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그 차량과 운전자를 진심으로 저주했고, 그제서야 왜 한참 바린이였던 시절 나에게 바이크를 알려주셨던 분들이 험하게 차를 모는 운전자들에게 거침없이 욕을 했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어쨌든 도로에 존재하는 빌런들에 대처하는 것 또한 라이더의 필수 소양이기에 나 역시 차들의 낌새 _ 돌발 행동을 할지 아닐지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중에 ‘쎄함’을 감지하듯이 근처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차들의 ‘쎄함’을 빨리 감지하고 최대한 그런 차들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내가 취한 전략이었다. 바이크는 차체가 작기 때문에 차량에 비해 좀 더 기동성 있는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시간이 갈수록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다.
또한 어느 도로가 덜 막히는지, 어떤 차선이 덜 막히는 지를 알게 되었다. 어떤 교차로에서는 차선이 헷갈리게 되어 있어서 꼭 좌회전할 때 부딪힐 듯이 가깝게 들어오는 차량이 간혹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길은 노면이 좋지 않고, 어떤 길은 갑자기 차선이 사라지고, 어떤 길에는 과속하는 차량이 많은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서울 시내 통근길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에 출근에 걸리는 시간이 70분가량이었다면 반년 정도 후에는 50분 정도로 줄일 수 있었는데 남들에게 자랑할 거리는 못되지만 그 같은 소소한 성장이 내심 뿌듯했다. 나는 정말이지 진지했던 것 같다. 이 도로 위에서 한 명의 당당한 오토바이 운전자로서 주눅 들지 않고 안전하면서 쾌적하게, 또 매너 있는 주행을 하는 라이더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지금도 여전하다.
가끔씩 출장등의 이유로 회사 차량을 이용해서 출퇴근할 때도 있었다. 이제는 배운 지 10년도 훌쩍 넘은 자동차 운전도 처음 배울 때는 재밌었다. 자동차 운전은 정말 편안하고 쉽다. 비바람도 막아주고 큰 사고가 아닌 이상 경미한 접촉사고는 차체가 다 보호해 준다. 감미로운 음악도 들을 수 있고 한 손에 시원한 음료를 쥐고 운전할 수도 있다.
오토바이는 정말 다르다. 차에 비하면 불편하고 또 위험하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더 능동적인 집중력을 요하는 운전이다. 그런 세팅 안에서 내가 조금씩 컨트롤의 영역을 넓혀 가기 위해서 쏟아야 하는 노력은 역설적으로 운전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후에 차량을 구매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틈틈이 바이크로 출근을 할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바이크를 운전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정말로 순수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