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팀 주행의 벽

속도보다 어려웠던 건 마음의 거리였다

by 라이더 성음

도로 주행에 대한 자신이 조금씩 생기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싶어졌다. 혼자서도 나쁘지 않지만 이왕이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라이딩을 즐기고 싶었다. 마침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내가 사는 동네를 근거지로 한 동호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경험상 마음을 터놓을 만큼 가까워지는 일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명목은 바이크라는 취미로 모인 것이니 ‘주행’이라는 공통 요소를 즐기면 그만이고, 나머지 친목의 부분에서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처음 들어간 하남시를 주 근거지로 하는 팀에서는 내가 좀 나이가 많은 편이었고, 주로 20대 중·후반의 라이더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밤바리로 처음 참여해서 경기도 광주의 모 라이더 카페를 다녀오는 동안, 나는 R3를 타는 20대 중반의 여자 라이더(방장이었다)와 말을 조금 트게 되었다. 그녀는 붙임성 있고 털털한 성격이라 내심 함께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주말 낮, 그 여자 라이더(이후 방장)가 올린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근처 주유소에 집결했다. 함께한 또 다른 라이더는 나보다 두세 살 어린 남자였는데, 다른 바이크도 있지만 그날은 스쿠터를 (pcx였던 걸로 기억) 타고 집결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미안하다고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수더분해 보여 이렇게 세 명 조합으로 포천 산정호수를 다녀오는 투어(왕복 약 150km)가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오산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R3를 타는 방장이 로드를 맡고 내가 가운데, PCX 친구가 맨 뒤에 서서 출발하였다. 신호가 걸릴 때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차량 맨 앞쪽으로 나갔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나로서는 차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물론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냥 못 가겠다고 말하고 대열에서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눈치가 보였다.

시작부터 녹녹지 않을 라이딩이 되겠구나 하는 짐작이 들었다. 내 바이크가 R3에 비해서 초반 힘이 약하다 보니 출발할 때마다 적지 않은 거리가 벌어졌다. 그 거리를 좁히려고 분주하게 스로틀을 감아서 따라붙었지만 R3의 속도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뒤에서 쫓아오는 PCX의 답답함 섞인 외침이었다.

“누나! 땡겨! 더 ~! 더~!”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피해 주기 싫어서 알겠다고 말하고 열심히 당겼으나 안타깝게도 대열이 계속 흐트러지자 이번에는 방장에게도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언니, 대열에 틈이 넓으면 차가 끼어들 수도 있고 더 위험하니까 가까이 붙어서 와요.”

라는 내용의 말이었는데, 그러고 싶지만 내 주행 실력 + 바이크의 출력으로는 그러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그쯤 되자 기분이 위축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주변 풍경도 구경해 가며 탁 트인 길에서는 신나게 달려보는 라이딩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팀원들의 페이스에 맞추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 하는 일종의 ‘트레이닝(?)’ 시간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힘들었지만 함께 달리기로 한 이상 맞춰나가야 했다. 무엇보다 내가 그들에게 맞추는 만큼 그들도 나에게 맞추고 있을 터였다. 연습을 하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 무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보다 속도를 냈다. 그러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급격하게 피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포천에 유명하다는 갈비찜도 맛있게 먹고, 산정 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찍고 구경도 했다. 휴식의 시간은 좋았으나 금세 흘러 버렸다. 이제 복귀를 해야 했다. 왔던 길처럼 또 급한 마음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하고 얼마 안 있어 익숙한 다그침이 다시 시작되었다. ‘누나! 더 땡겨! 더!’ 그때는 솔직히 속에서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군 느리게 가고 싶어서 이런 줄 아나.

마음이 불편하다 보니 혹시 이런 심리 상태가 사고로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도 겹쳤다. 실제로 초보가 팀주행에서 속도를 맞추지 못해 무리하다가 사고가 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터였다. 그냥 나 혼자 가겠다고 하고 빠져나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방장은 앞에서 어느 정도 나를 배려해 주는 것 같아서 조금만 더 견뎌보자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PCX 친구가 약속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짧은 인사를 끝으로 방장과 나를 추월해 사라져 버렸다.

뒤에서 쪼는 사람이 없으니 긴장했던 마음이 한결 누그러졌다. 이후에는 큰 스트레스 없이 방장과 함께 속도를 맞춰 잘 복귀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잘 타고 싶은데 페이스를 맞추지 못해서 핀잔을 받았던 순간이 티는 안 냈지만 속상했다. 비슷한 배기량에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달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에서 꼭 그렇게 조합이 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예상 못한 건 아니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더 난처한 기분이었다. 성격의 차이뿐만 아니라, 바이크 주행 스타일 차이로도 섞일 수 없는 어떤 지점이 드러난 일이었다. 나는 그 경험을 계기로 그 팀활동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높은 배기량의 바이크로 기변을 하면 모를까 계속 S125를 타면서 모임에 나가면 오히려 폐만 끼칠 것 같았다. 그렇게 바린이의 동호회 경험치가 +1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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