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이 위에서 느낀 자유와 설렘
9월의 화창한 어느 날 새로 산 CBR500R을 끌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나섰다. 본격적이라 함은 나에게는 시내 주행이 아닌 교외 쪽의 교통량이 적고 뻥 뚫린 길을 달리는 걸 뜻했다. 그날은 간만에 동국님과 홍천 화로구이를 먹고 오기로 했다.
사가정 역에서 만나서 출발했는데, 거기서 양만장까지 가는 길은 내가 좋아하는 루트였다. 남양주 덕소 쪽에 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는 강변로는 특히 좋았다. 늘 알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지친 마음에 넓고 탁 트인 여백을 더해주는 위안이 되는 경험이었다.
새 바이크(이하 오백이)는 잘 나갔다. 1단 출발 시 출력이 좋아서 (물론 금방 적응했지만) 좀 더 민첩하고 힘 있는 출발이 가능했다. 이전 바이크처럼 그렇게 잦은 변속을 할 필요도 없었다. 시내에서는 주로 3~4단이었고 교외로 나가면 4~5단 사이를 왔다 갔다 하기만 하면 되었다.
또 다른 주요한 차이점이 존재했다. 색상 때문인지 아니면 존재감 혹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모르지만 무턱대고 끼어드는 차들이 확 줄었다. GSX-S125를 탈 때는 경적을 울리기 바빴다. 특히나 출근길 차량이 혼잡한 곳에서는 근접하게 머리부터 들이미는 차량이 없는지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며 아예 경적에 손을 올려두고 운행하기도 했다. 오백이를 타면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적을 누를 일이 없었다.
가속도 거의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서, 조금 위험한 구간을 빨리 지나쳐야겠다고 느끼면 빠르게 회피가 가능했다. 그 같은 민첩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이제 동국님의 티맥스를 따라서 조금 더 향상된 기동력으로 주행을 이어갔고 나는 너무 신난 나머지 (S1000RR을 타는 10년 넘은 고인물 라이더에게) ‘제 오백이 잘 나가지 않아요?’라는 가소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동국님은 ‘네. 잘 나가네요. 티맥이도 땡기고 있는데 잘 따라오네요.’라는 답변으로 기변을 해서 들뜬 내 마음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동국님은 틈틈이 사진도 찍어주고 360도 액션캠으로 영상도 찍어주었다. 가을 햇빛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영상 속에 내 모습은 이제 막 자전거를 배운 사람 같은 풋풋함이 서려 있었다.
약 200km 남짓한 코스를 다녀오는 동안 새로운 바이크에 적응하는 일이 염려도 되었지만 사실은 신나고 들뜬 마음, 낙천적으로 주행을 즐기는 마음이 더 컸다. 무게도 있고 바퀴가 더 넓고 커져서 그런지 주행이 이전 바이크 보다 더 힘 있고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오백이를 타고 쭉 뻗은 길을 힘차게 달려 나갈 때는,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근사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비유하자면 내가 드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질주하는 야생마가 된 것 같은, 아무런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날 것의 생명력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백이를 타고 세상을 누비기 시작했다. 바람은 나를 밀어주었고 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여전히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았다. 내가 항상 매몰되어 있던 서울의 바깥에는 이름 없는 아름다운 장소가 참 많았다. 가을날 홀로 떠난 바이크 여행에서 노랗게 익은 논밭을 보며 말없이 내어주는 자연의 따스한 손길을 느꼈고, 겨울날 황량한 방파제를 지나며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단단한 고독감을 품기도 했다. 오백이는 내게 세상의 또 다른 한 층을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