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이크에 앉고 나서, 나는 울었다

2종 소형 면허 학원을 등록하며

by 라이더 성음



어떤 일은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 내가 그것을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내가 그랬다. 바이크에 끌려서 입문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도 정말 바이크가 좋아서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바이크 타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따라고 싶은 것인지, 혹은 그저 일탈을 해보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직접 시도해 보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우선 면허 따는 법을 검색했는데, 혼자 연습해서 도로교통공단의 시험장에 응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기로 했다. 22년 1월의 초입으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다만 실습수업이 전부 야외에서 진행되기에 매서운 추위를 견딜 각오가 필요했다.

학원에 가는 길에도 긴가민가 했다. 이게 맞나, 내가 원하는 게 맞을까. 회의하는 마음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다. 혹시 내가 너무 명상을 많이 해서 살짝 미친 건 아닐까. 아니면 바이크는 빌미일 뿐이고 사실은 죽고 싶은 마음이 깊숙이 숨어 있어서 끌리는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한편으로 검소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취미 생활에 평소보다 많은 돈을 쓰면 죄책감이 든다. 나는 당시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에 집착했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가볍게 식사를 때우기 일쑤였으며 만 원대 티셔츠를 살 때조차 수십 번 고민했다. 그러니 40만 원대의 학원비를 결제하면서 스스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여러 복잡한 심경을 애써 누르며 오토바이 연습장으로 내려갔다. 지대가 낮은 작은 공터에 가지런히 놓인 잿빛의 오토바이들. 일본 혼다의 CB300R이라는 네이키드(카울(커버)이 없거나 최소화된) 바이크였다. 나는 홀린 듯 다가가 바이크를 감상했다. 넓게 뻗은 핸들과 봉긋하게 솟은 연료 탱크, 그 아래 검게 빛나는 커버, 툭 튀어나온 원통 모양의 엔진 크랭크 케이스까지 구석구석 눈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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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기술 시간에 배웠던 엔진의 구조와 원리가 떠올랐다. 엔진에 의해 화학에너지가 동력에너지로 전환되며 기계가 살아 있는 듯 움직인다. 그걸 만든 기술자의 마음은 얼마나 흐뭇했을까. 심장이 생의 결정체라면, 바이크의 엔진은 기계로 만든 심장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경외심이 밀려왔다.

아직 승차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이미 벅찼다. 그런데 강사가 말했다. “시동 걸고 타보세요.” 그 순간은 마치 비싼 종마 위에 올라타보라는 말주인의 초대처럼 과분하게 느껴졌다. 침을 꿀꺽 삼키고 시트에 조심스레 앉았다.

서툰 몸짓으로 시동을 켜고 천천히 클러치를 놓았다. 그리고 시속 7km의 첫 전진을 했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원을 몇 바퀴 돌았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가능한 수준이지만, 넘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수업을 받을 자격이 생긴 것이다! (참고로 원을 못 도는 경우엔 수강이 거절된다.)

찬바람에 실려오는 휘발유 냄새. 금속 머플러를 통과하며 퍼지는 낮고 묵직한 폭발음. 온몸에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 두꺼운 바퀴가 천천히 땅을 딛고 나아갈 때의 감각.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마음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고작 시속 7km로 원을 몇 바퀴 돌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스로틀은 아예 당길 수 없게 세팅되어 있었다.)

약 2시간 동안 시험장 코스를 반복해서 돌았다. 바이크를 내 의지대로 움직이기 위해 몰두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첫 수업이 끝나고 강사의 마무리 멘트와 응원을 듣고 퇴실 카드를 찍은 뒤, 착용했던 장비를 정리하고 학원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다. 변두리라 길은 황량하고 사람도 없었다. 몇 걸음을 옮긴 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갑자기 호흡이 버거워지더니 눈물이 났다. 스스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눈물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그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약 10년 전, 대학생 시절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얌전하던 남자 동기가 하루는 멋진 바이크를 타고 등교를 했다. 기억이 맞다면 레플리카 장르의 날렵한 바이크였다. 그가 부러웠지만 나는 탈 형편도 안됐고, 타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단정했다.

엄마에게 얘기하면 ‘절대’ 안된다고 할 것이 뻔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인연 끊자’는 식의 말로 내 의지를 꺾었고, 나는 어느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 외에 다른 것은 감히 바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랬던 내가 바이크를 타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별것 아닌 행동도 너무 강한 제재를 받으면, 그것을 물리치고 원하는 행동을 하였을 때 극적으로 기쁨이 배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불쑥 눈물이 난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은연중에 ‘오토바이는 절대 안 되지. 감당 못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 다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에게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허용하는 것, 그건 단순한 기쁨을 넘어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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