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생아의 라이딩 스쿨 체험기
새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 왼쪽 귀퉁이에는, 2종 보통이라는 글자 아래 2종 소형이라는 글자가 당당하게 새겨졌다. 게다가 면허증 뒤편에는 해외에서 전 종류의 바이크를 탈 수 있다는 영문 운전면허증까지 발급받았다. 언젠가 바이크를 타고 해외 유수의 라이딩 코스마저 섭렵하리라. 가슴이 웅장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 현실은 스로틀조차 한번 당겨본 적 없는, 바이크의 신생아, 줄여서 ‘바생아’였다. (바생 아는 성장 하여 바린이가 된다.) 연습을 할 바이크도 없었고, 지도를 해줄 사람도 없었다. 이제는 면허 취득 목적의 ‘면허 학원’이 아닌 실제 공도 주행을 목적으로 바이크를 실습하는 ‘라이딩 스쿨’에 가야 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서울 경기권에 라이딩 스쿨이 많이 생겼지만, 내가 입문했던 22년 초에는 파주 광탄면이라는 외진 곳에 위치한 어느 라이딩 스쿨 말고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이른 새벽 서울 관악구에서 대중교통으로 라이딩 스쿨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몸과 마음이 꽤 지쳐 있었다.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으나 눈앞에서 놓쳤고, 파주에 내려서는 네이버 지도가 안내한 마을버스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다가 가까스로 택시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강의실 바깥에는 레이싱 대회에 나올 법한 화려한 데칼의 오토바이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곳의 느낌은 내가 기존에 속했던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었다. 강사들은 연습용 바이크를 점검했고 수강생들은 꼼꼼하게 안전 장비를 착용했다. 생동감과 긴장감이 넘쳤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활기를 띠었다.
그날 교육 과정은 기본적인 출발 정지, 기어 변속 등 초보적인 주행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어떻게든 하루 만에 잘 숙달하기 위해서 전날 미리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기어를 변속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기어를 바꾸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5가지 정도의 세부 조작이 있고 이를 연달아서 아주 빠르게 조작해야 했다. (클러치 잡기 - 스로틀 닫기 - 기어레버 올리기 - 스로틀 열기 - 클러치 놓기) 유투버는 이 5개의 조작을 1초 이내에 끝냈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이론 수업 이후 시뮬레이션용 바이크에 앉아서 1단에서 2단, 2단에서 3단, 4단, 5단, 6단까지 올렸다가 다시 차례로 내리길 반복했다. 거북이 보다 느리게 한 단씩 올리고 내리 고를 반복하였다. 2월의 강추위에 야외 실습이라 손도 얼고 무릎도 얼었지만 쉬었다가 연습하기를 몇 시간 반복하니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
마칠 때쯤 실제 주행을 하면서 기어 변속을 하는 연습을 했다. 강사가 1단에서 출발, 조금 가다가 2단으로 기어를 올리고 (아마 3단 까지는 못 올렸던 것 같다.) 다시 1단으로 내린 후 정지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1단에서 2단으로 기어 변속을 한 후 스로틀을 당겼다. (시속 20km 조금 넘겼을 것이다.) 갑자기 바이크가 가벼워지면서 쓱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갔다.
이제 햇수로는 4년 차가 되어 가는 라이더이지만 그때의 감동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종종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곤 하는데 바로 그 감각과 닮아 있었다. 바람을 가르고 시원하게 나아가는 새로운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까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육중하며 다루기 까다롭다는 인상을 주었던 바이크의 반전 매력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날 밤 잠을 청하려 누웠을 때 근육통으로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이 아팠다. 중심을 잡으려 코어에 힘을 주고 양손과 양발로 애를 쓰며 조작했기 때문이었다. 바이크는 생각보다 전신을 쓰는 모터 '스포츠'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 하루에 내가 전심, 전력으로 임했다는 사실이 좋았고 뿌듯했다. 그렇게 내가 꿈꾸던 바이크 주행에 조금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