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비 오는 날의 일본어
푸근하고 따뜻한 집밥 같은 일본어!
현지에서 통하는 진짜 일본어 표현!
'가정식 일본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4번째 시간인 오늘은 '비 오는 날의 일본어' 표현을 나눠볼까 해요.
일본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5월 하순부터 7월 중순에 걸쳐서 찾아오는 장마철 츠유(梅雨)가 있어요. 이 시기가 되면 빨래도 널기 힘들어지고 꿉꿉한 날들이 계속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덕분에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수국(アジサイ)이 활짝 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니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그런 츠유가 시작되기 전에, 비 오는 날의 일본어 표현을 미리 알아보도록 해요.
먼저, 일본어로 비는 '아메'라고 발음합니다. 한자로는 비 '우'자를 쓰고요. (강세는 앞쪽에 있습니다. 이 강세를 뒤에 두면 사탕이라는 뜻이 되니 주의하세요.)
비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거에요. 가랑비, 보슬비, 장대비도 있고 봄에 내리는 봄 비, 태풍과 함께 오는 폭우 등등... 다양한 비의 종류를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비'에 해당하는 일본어를 읽는 네 가지 방법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이지만, 한자어에 해당하는 단어는 음으로 읽는 음독과 뜻으로 읽는 훈독이 있어요. 비 '우'자를 예로 들자면 '비'에 해당하는 것이 뜻을 나타내는 훈독, '우'에 해당하는 것이 음으로 읽는 음독입니다. 음으로 읽을 경우엔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국어 중국어와 발음이 비슷해요. う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뜻으로 읽는 훈독일 경우에는 몇 가지 변형이 일어납니다. (표-오른쪽) 기본적으로는 처음에 소개한 'あめ, 아메'로 읽지만, 앞뒤에 어떤 단어가 오느냐에 따라 'あま' 또는 'さめ'라고 읽는 경우도 있어요. 이건 비뿐만 아니라 일본어의 한자 대부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니 '그런 것이 있구나' 정도로 알아두시고, 각 단어를 습득할 때 차근히 외워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う」음독으로 읽는 경우. 말씀 드렸듯이 한자어를 음으로 읽는 음독은 한국어의 발음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대량으로 내리는 세찬 비를 말하는 호우는 ごうう(豪雨), 거세게 몰아치는 비인 폭우는 ぼうう(暴雨), 우르릉 쾅쾅 천둥을 동반하는 뇌우는 らいう(雷雨)라고 합니다.
다음은 훈독으로 읽는 경우를 소개할게요. 훈독의 첫번째는 처음 소개했던 あめ로 읽는 단어들입니다.
비가 아주 많이 오는 것을 大雨(おおあめ, 큰 비)라고 해요.
두 번째 훈독인 あま로 읽는 경우는 비 구름이라는 뜻의 雨雲(あまぐも)입니다. 한 단어씩 읽으면 あめ와 くも이지만 두 단어가 합쳐져 발음하기 쉽도록 あまぐも로 발음됩니다. 한국어의 연음과도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훈독 세 번 째는 さめ입니다. 불규칙 변형이라 안타깝게도 그냥 외우는 수 밖엔 없어요. 다행히 さめ로 읽는 단어가 많지 않고, 자주 사용하다 보면 금방 귀에 익게 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さめ로 읽는 경우는 가랑비, 바로 こさめ라고 부르는데요. 빗방울이 굵지 않고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말할 때 小雨라고 합니다.(예: 비가 많이 오지 않으니 우산은 없어도 돼, 小雨だから傘は要らないよ。)
참고로 봄비(春雨)라고 쓰고 はるさめ라고 읽는데, 이건 비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해당되는 단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일본식 당면인 하루사메(春雨, はるさめ) 입니다. 녹두로 만든 당면인 하루사메는 고구마로 만든 한국의 당면보다 훨씬 얇고 가는 것이 특징이에요. 식감과 색도 조금 더 가볍답니다.
초반에 설명드렸던 일본의 장마철인 츠유는 어원이 중국에 있다고 해요. 왜 매화 매자를 쓰는지 찾아봤는데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해요. 이 자리에서 다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어원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츠유의 어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일본의 츠유는 말하자면 긴 터널 같은 이미지입니다.
앞서 말했듯 지역마다 그리고 매해마다 조금씩 시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5월 하순부터 7월 중순에 걸쳐 꿉꿉한 날씨가 계속되거든요. 그런 츠유의 시작을 알리는 단어가 梅雨入り입니다. 뜻은 '츠유에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를 入口, いりぐち라고 하는데 그 들어간다와 같은 뜻이에요)
그리고 츠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을 梅雨明け(つゆあけ)라고 합니다. 터널을 빠져나와 확!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츠유아케가 되면 햇빛은 쨍쨍, 매미는 맴맴 우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됩니다.
이 외에도 아침 뉴스를 볼 때면 항상 듣게 되는 날씨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있어요. 구름이 많은 날, 변하기 쉬운 날, 불안정한 날씨, 좋은 날씨 ... 그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도 천차만별일 텐데 알기 쉽게 정리해 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기상청입니다. 일본의 국토교통성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일본어의 날씨 표현과 함께 어떤 기준을 가지고 그렇게 표현하는지 자세하게 나와있으니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에 관한 관용구도 소개해 볼까요? 날이 맑은데 비가 내리는 걸 여우비,라고 하죠. 일본도 같은 표현을 씁니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きつねのよめいり)라고 해요.
이런 표현도 많이 쓰죠?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하게 굳는다. 일본에도 같은 의미의 속담이 있습니다.
역시 농경사회라서 그런지 일본어에도 비가 들어가는 관용구, 속담, 사자성어가 많이 있어요. 이런 비에 관련된 단어를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사전이 있어서 아래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맛보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의 본론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가 오면 ~ 됩니다'라는 표현의 '비가 오면~'을 雨が降ると(あめが ふると)라고 풀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 표현은 안내문이나 공지문과 같은 서면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자어로 '우천 시'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대화 속에도 많이 사용해요.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오는데 이번 주 운동회 어떻게 되지?라고 누가 물었을 때 '雨天〇〇だって’라고 대답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불편하다기보다 대화의 흐름상 오히려 콤팩트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될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경우에 비가 오면 대부분 일정이 중지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거예요. 雨天中止라고 하면 예정이 완전히 캔슬되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비가 와도 진행하겠다, 라는 강한 의지는 어떻게 표현할까요? 바로 雨天決行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아나운스를 여러 번 할 수 없으니까 처음 공지를 할 때 비 오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같이 고지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비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거나, 혹은 조건을 바꿔서 실외에서 하려던 일정을 실내로 옮겨서 진행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렇게 감행을 하겠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요.
감행하기엔 비가 너무 많이 오고, 그만 두기엔 중요한 일정은? 연기하면 되겠죠. 기존의 일정을 다른 날짜로 옮길 경우에 雨天延期라고 합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소풍이나 운동회를 비 때문에 못하게 된다면 너무 아쉽잖아요? 그럴 땐 여비의 날을 미리 계획해두고 연기를 하면 되겠죠?
그런데 같은 연기라도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 표현이 있어요. 오늘이 안되면 내일, 내일이 안되면 모레 ... 이런식으로 순차적으로 일정이 밀리게 된다, 라고 할 때 쓰는 표현이 바로 雨天順延입니다. 우천 시 '순차적으로 연기 됩니다'라는 뜻 입니다.
위 표를 보시면 이해가 더 빠르실 것 같은데요, 연기(延期)는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으로 뛰어넘어 이동하는 것이고, 순연(順延)은 오늘이 안되면 내일, 내일이 안되면 모레 ... 이런식으로 다음 날로 순차적으로 연기 된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토요일의 일정을 다음주 토요일, 그 다음주 토요일로 연기한다 라고 이야기 할 때는 順延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바로 '다음 날'을 의미하는 표현이니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합니다.
▶우천 연기와 우천순연의 차이 (출처: 漢字検定公式HP)
마지막으로 비가 내리는 모습을 표현하는 일본어를 소개하면서 마쳐볼까 합니다.
【ぽつぽつ】빗 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모습
【ぱらぱら】얇은 빗 줄기가 '보슬보슬' 흩날리는 모습
【ざあざあ】빗 줄기가 시원하게 '쏴아쏴아' 내리는 모습
【しとしと】비가 조용하고 촉촉하게 내리는 모습
【土砂降り】(どしゃぶり) 비가 억수같이 (무너져 내리듯) 쏟아져 내리는 모습.
이대로 끝나면 아쉬우니, 태풍에 관한 토막 상식 하나!
태풍은 일본어로 台風(たいふう)라고 하는데요, 이 태풍의 이름을 나타낼 때 한일간의 차이가 있어서 매년 놀라곤 합니다. 한국에서는 태풍 소식이 있으면 '태풍 바비가 상륙했다' 혹은 '태풍 마이선의 경로가 변경되었다' 이렇게 뉴스나 신문에서 태풍의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그냥 태풍에 매겨진 번호로 부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과 일본을 지나간 태풍의 이름을 비교해 보면, 태풍 바비를 일본에서는 台風8号, 마이삭은 台風9号, 하이선은 台風10号였어요. 일본에 큰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걱정하는 가족들로 부터 '태풍 하이선이 일본에 왔다던데 괜찮으냐'라는 연락을 받곤하는데 숫자로 부르는 태풍에 익숙해져버린 지금은 고개를 갸우뚱 하고 네이버 뉴스를 찾아보고 나서야 태풍 하이선이 台風10号라는 걸 알아 차리곤 합니다. 일본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지에서 통하는 가정식 일본어 세 번째 시간, '비 오는 날의 일본어 표현'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비로 시작했는데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인스타그램에 댓글과 메시지로 의견과 아이디어 나누어 주신 분들께도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들려주시는 한 가정식 일본어의 테마는 마를 날이 없을 것 같아요. 브런치에 미처 못 담은 이야기, 아쉬운 마음은 클럽하우스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나누도록 할게요.
오늘 소개한 일본어 표현은 5월 13일 목요일 밤 9시 30분 클럽하우스 #가정식일본어_사랑방 또는 읽는 인간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더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팔로우해 주시면 알림이 갈 거예요!)
여러분이 알고 계신 재미있는 일본어 표현도 함께 공유해 주시면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궁금한 점도 물어봐 주시고요.
가정식 일본어의 카드 뉴스는 가정식 일본어 공식 도우미 앙꼬짱(あんこちゃん)혹은 저 읽는 인간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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