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을 살자
요즘 물가로 콩나물 한 봉지에 얼마나 할까.
어릴 적 심부름으로 콩나물을 사러 가면 주인아주머니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비닐 뭉치에서 한 장을 톡! 뜯어내며 “얼마나 줘” 하셨다.
“300원어치만 주세요”
검은 천을 걷어내면 그제야 모습을 나타내는 콩나물 대가리들.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봉다리 한 움큼 잡아내고, 아쉽지 말라고 덤으로 한 뭉텅이 더 내어주는 아주머니의 우직한 손바닥. 그렇게 사 온 콩나물은 무침도 되고, 국도 되어 제 소임을 다했다.
갑자기 있는 줄도 몰랐던 기억 저편의 콩나물시루를 떠올린 이유는 내 작은 손아귀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살 수 없기에, 나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곁에 두고 오늘만큼의 삶을 살아간다.
매일 제 몫만큼 살아가다 보면 혹시 또 알까. 못 본 사이 쑤욱 커져있는 콩나물 대가리를 볼 수 있을지.
2022.02.15 tue
#콩나물대가리가되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