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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Jul 26. 2020

세바시 강연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작가

내가 보려고 만든 요점 정리 노트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실로 대단하다


최근 몇 달간,

나는 개미지옥 같은 유튜브를 안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유는 몇 달 전 나와한 약속이 있어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뭔가.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는가. 중간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착실히 한 걸을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뭐 그런 것들을 정리하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생각도 습관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결심이 서고 나서는 딱 두 번 틀었다.


비 오는 날 회사에서 로그인하지 않은 계정으로 광고 없는 4시간 50분짜리 BGM을 깐 것과,

복날이라기에 삼계탕이 너무 먹고 싶어서 백종원 레시피를 검색한 것. (해 먹진 않았다)


그리고 어젯밤.

PM 11:27


평소 같으면 한참 잘 시간임에도 뭐에 홀렸는지 빨간색 재생 아이콘을 누르고야 말았다. 아마 머리보다 손이 먼저 반응한 게지.


‘에이 나두 참, 바보같이’하고 금방 나올 생각이었는데

눈에 들어온 세바시 강연 동영상.


제목은

「책 읽는 아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독서교육의 5가지 원칙」
- 최승필 독서 교육전문가 『공부머리 독서법』 저자


업로드 날짜는 3일 전.


하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실로 대단하다

내가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요물도 요물도, 이런 요~물이 없다.


빅데이터의 추천은 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플리케이션의 추천 곡들은 대체로 마음에 듭니다. 저라는 인간도 결국 빅데이터가 예측하기 쉬운 한 1인에 불과하다는 소리겠죠.

『평소의 발견』 유병욱 저 / 북하우스


덕분에 재생시간 20:37의 강연을 정주행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바람에 노트에 필기까지 하며 오랜만에 새벽공부를 했다는 이야기.




내가 보려고 만든 요점 정리 노트

※아래에 요약된 글은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요약, 재 구성한 내용입니다. 본 강연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세바시 강연 링크

https://youtu.be/3E2NH_C_os0


들어가며

어른들이 독서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몇 가지 오해들이 있다. 이런 오해를 기반으로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하게 되면, 결론적으로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망치는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독서에 관한 중대한 오해를 해결하고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한다면, 책을 읽는 아이로, 책의 힘으로 삶을 살아가는 아이로 인도할 수 있다.


오해 1. 독서 편식: 한 분야의 책만 좋아한다?

독서 편식이란, 한 분야의 책만 읽는 것을 일컫는 말이지만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편식은 밥에 쓰는 말. 독서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를 즐길 때 골고루 하는 사람은 없다.

그때 당시에 읽고 싶은 책, 떠오르는 책을 읽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 따라서 독서는 편식이 아니라, ‘취향’이라고 불러야 한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건강한 독서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편식이라는 독서 방식으로 읽을 때, 적극적인 독서를 할 수 있고, 그래야 독서의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


예> 공룡 책만 읽는 아이

어마어마한 정보를 자기화해서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상태를 만든 것. 이런 경험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 어느 쪽이 학습 능력이 뛰어날 것인가. 당연히 후자이다.

걱정하는 부분은 알지만, 아이들은 몸과 함께 독서 취향도 변화하고 성장한다. 길어봤자 1년 전후.


독서 편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절대 말리지 않도록 하자.


오해 2. 반복 독서: 같은 책만 읽으려고 한다?

특히 영유아 시기에 많이 보이는 현상.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고 고민하는 부분일 것.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반복 독서’는 독서 교육에서 천재들의 독서법으로 공인된 가장 효율적인 독서법이다. (유럽에서는 천재적인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라이프니츠가 이 독서법을 적극 주장해서 ‘라이프니츠 독서법’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그 외에도 많은 위인들이 ‘반복 독서’에 심취한 시기가 있었다.)


자녀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글쓰기’때문에 어려워할 것.

평균적으로 400자 내외가 많은데, 중구난방으로 쓰거나 400 자라는 글자 수를 메우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2000~3000자 이상으로 쓰는 아이들이 개중에 있다. 이런 아이들의 특징은 백이면 백, 똑같은 책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사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책을 1번 읽으면 내용을 알게 된다.

책을 50번 정도 읽으면 책을 외우게 된다.

책을 100번 정도 읽으면 책의 요소요소가 내면화된다.


책의 문장의 흐름, 묘사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정서 등이 몸에 배게 된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자기 글감으로 글을 쓰는데도 몸에 밴 것이 작동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로 쭉 쓰게 된다.


반복 독서는 아이가 독서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지만 글쓰기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책들은 버리지 말고 아이의 서가에 꽂아주세요.

이것이 아이의 인생 책이 됩니다. 이런 인생 책들이 모여있는 서가가 한 켠에 있으면 지나온 삶들이 굉장히 진하게 다가옵니다. 이것은 독서가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화적 요소이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버리지 말고 꼭 보관해 주세요.

- 세바시 강연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작가


오해 3. 다독: 많이 읽어야 좋은 것이다?

다독은 당연히 좋은 독서법이다.

문제는 좋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다.


어떤 수준의 책을 읽을 수 있느냐, 혹은 독서를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느냐. 이것은 언어능력의 지배를 받는다. (언어 능력이 낮으면 읽을 수 있는 책의 수준도 낮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지속 시간도 짧을 수밖에 없다. 읽고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30분의 집중력을 가진 아이에게 2시간을 읽게 하면, 나머지 1시간 30분은 책을 들고는 있지만 읽지는 않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읽어 주기도 마찬가지.

아이가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싫어할 때, 과감하게 멈춰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읽어 줘 봐야 효과도 없을뿐더러 아이가 책이라는 행위가 ‘내 마음대로 안되는구나’ ‘힘든 거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이 싫어지고, 읽어달라고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다독은 목표를 지정해 놓고 달려가는 점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읽다 보면 가 닿게 되는 지점이다.


이렇게 올라가다 어떤 임계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 그것이 다독이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만큼만 읽어주는 것.


오해 4. 속독: 빨리 읽어야 좋은 것이다?

영유아보다는 고학년, 청소년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많이 상담하는 분야.


독서 습관이 나쁘다, 고 할 때 99%가 속독에 의한 것. 이야기 책이 되었든 지식/정보 도서가 되었든 독서라는 것은 생각을 하는 행위이다.


묵독의 과정을 생각해보자. 책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우리가 생각할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정확히 같다.


차이가 있다면 그 생각이 책 속에서 나온 것인가, 내 생각에서 나온 것인가의 차이. 그 생각의 과정에 얼마나 충실하냐가 독서의 효과와 질을 좌우한다.


그런데 속독이라는 것은 생각의 과정보다 2배, 3배, 5배 빠르게 글을 읽겠다는 것. 다시 말하면 생각을 안 하고 책을 읽겠다는 것. 당연히 독서 효과가 없다.


책을 빨리 읽는 걸 칭찬하면, 아이들은 그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만큼 빨리 읽었으니까 내가 더 우수하다,라고 착각하게 된다.


대신, 이렇게 알려주자.

책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는 거야.

책을 빨리 읽는 게 좋은 건 아니야.


오해 5. 어려운 책 읽기: 수준 높은 책을 읽어야 좋은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쉽고 재밌게 읽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뭔가 대단한 것을 어렵게 해야만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아이가 책을 좋아하면 더 어려운 책을 주고, 그것 마저도 재밌게 읽으면 언제까지 재밌어하나 보자, 싶은 심보로 아이에게 더 어려운 지식도서를 가져다준다. 그러면 아이는 책을 싫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책을 재밌게 읽는 꼴을 부모가 못 봐주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가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책을 재밌게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 것이다.


흔히 대단한 책 수준이 높은 책이 독서 효과가 높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수준이 높고 어려운 책은 재미있지 않으면 라면 받침 같은 책이다.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책의 가치라는 것은 독자가 읽고 이해할 때 발생한다. 근데 이 이해했다는 가장 강력한 징후가 ‘재밌게 읽고 있는가’이다.


아이가 재밌게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하자. 부모가 나서서 그 아이의 독서 수준을 뛰어넘으면 안 된다.


마치며

독서가가 된다는 것은, 서가라는 생각의 바다를 여행하는 항해사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읽은 책은 아이가 지나온 일종의 항적 같은 것이다.

책을 고를 때는 그냥 흥미 위주로 고른 것처럼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묘한 궤적이 있고, 전체를 관통하는 개연성/연결성이 있다. 아이의 서재는 그 아이가 거쳐온 생각의 궤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고, 이는 곧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만나기 전까지는 아이도 어떤 책이 내 마음을 잡아끌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물며 부모는 더더욱 모른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전에, 이 아름답고도 유익한 여행을 부모님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브런치 북으로 보는 『공부머리 독서법』

https://brunch.co.kr/brunchbook/chaekguru


▶︎밀리의 서재로 보는 『공부머리 독서법』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23421850


▶︎강연자 최승필님의 브런치

https://brunch.co.kr/@bookgu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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