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읽는인간 Aug 14. 2020

인간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의지

관계는 가꾸어 가는 것

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다’라는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속 연락처의 긴긴 리스트를 한번 살펴보세요. 그곳엔 무수히 많은 소중했던, 필요했던, 언젠가 연락할 일이 꼭 있을 것만 같았던 이름들이 있습니다. 이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사람이 누구지 싶은 사람도 있고, 이름만 봐도 아련해지지만 막상 연락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도 있죠. 그중에 당장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의 수는 한 줌입니다. 반대로, 어느 날 누군가의 이름이 내 스마트폰에 발신자 표시로 뜰 때, 어떤 의아한 마음이나 추리의 과정 없이 반갑게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맞이할 수 있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평소의 발견』 유병욱 / 북하우스




시작은 이랬다.


까똑 까똑♪
잘 지내지? 실은 전에 너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바로 주문해 버린 것이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예상치도 못한 카톡 메시지와 함께 도착한 것은 며칠 전 혼잣말처럼 #갖고싶다 태그를 붙여 올린 #동생이생기는기분 이라는 책과 굿즈가 찍힌 사진 한 장. 그저 읽고 싶은 마음에 가볍게 올렸던 사진이었는데, 그걸 기억해 주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나도 해 봐서 안다. 가까운 사람들의 결혼이나 출산을 바다 건너에서 축하할 일이 많기에,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이라고 해도 국제 우편으로 짐을 보낼 때의 무게와 금액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가족들 마저도 큰 맘먹고 보내는 용기가 필요한 일일진대, 하물며 부탁받은 일도 아닌 일에 이렇게 마음 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왕 보내는 거 너 먹고 싶은 것도 말해 ~ 
이건 먹어봤어? 저건? 요건? 요즘 한국에선 이게 대박 유행이야~”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반가운 마음과 쩔쩔매는 마음이 한데 섞여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보내는 사람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아 염치 불구하고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음식과 사고 싶었던 책을 추가로 말해버렸다.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슈퍼의 매대에서 고민하는 시간. 장대 같은 장맛비를 뚫고 어렵사리 도착한 우체국에서의 대기 시간. 가장 큰 박스에도 다 안 들어가는 짐을 포장지를 뜯어 알뜰살뜰 빈틈없이 메꾸는 수고. ‘코로나 때문에 EMS로 보내도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는 우체국 직원의 불친절한 말투에 상처 받아가면서도 이 모든 정성을 담아 보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침에 눈을 떠도 어제의 감동이 가지실 않는다. 


「인간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의지」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받은 만큼 나도 나누며 표현하며 전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마음을 쓰는 일에 거리는 상관없는 일이다. 매일 눈 마주치며 같이 일 하는 직장 동료라도, 피를 나눈 가족 형제라도 제 삶을 살다 보면 안부 인사도 용기가 필요하고, 온라인 상에서 더블 탭으로 ‘좋아요’ 하나 주고받는 정도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일이 다반사. 그나마도 안 주고 안 받는 사람도 있는걸. 그런 와중에 건강한 관계를 가꾸고 유지하는 인연들이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그녀의 마음을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한다. 


2020년

태풍이 지나간 8월의 여름




관계를 가꾸고 유지해나가는 건 인연이 아닌 의지다


짠짜잔~ 한국에서 오신 귀한 물건들과 함께, 찰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