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단상 2020.07
굉장히 중요한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예컨대 물망초나
시대정신 같은 단어들
마치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열쇠 챙겼나?
주머니를 뒤적이게 하고
뒤돌아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아
맞아
그게 있었지
뒤숭숭한 요즘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정계 재계 문화계 스포츠계 할 것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앞다투어 이슈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몰라
판단을 보류하고
관망만 하고 있는 나
한 발 떨어져 있기에 잘 모르는 것도 있고
한 발 떨어져 있기에 더 선명히 보이는 것도 있고
보슬보슬 내리는 여름 비는
누군가의 마음을 센치하게 하지만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고
누군가에겐 불편한 마스크가
누군가에겐 죽음 앞에서 소중한 삶을 건져내는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모르면 모를 수도 있고
알면 알 수록 더 모르겠는 것들도 많지만
적어도 외면하지만은 말자
판단을 보류할 순 있어도
생각하기를 멈추지는 말자
내가 지금 이 순간 행복하고 평안한 만큼
그 너머에 있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자
그리고 내 딸에게 꼭 알려주자
너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만큼
너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그게
시대정신이라고
말이 없으면
글이 없으면
개념이 없으면
그 사람에겐 그걸 느낄 감수성이 없는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잊기는 해도
잃지는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