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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Sep 06. 2019

4살 소녀의 발렌타인데이

남자는 왜, 여자는 왜

아이가 물었다.


딸: 엄마, 발렌타인 데이가 뭐야?

母さん、バレンタインデーって何?


나: 응~ 그건,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렛을 선물하는 거야. 

それは、女の子が好きな男の子にチョコレートをプレゼントする日だよ。


딸: 여자는? 

女の子は?


나: 여자는 3월에 화이트데이가 있어서 그때 받는 날이야. 

女の子は3月のホワイトデーにもらえるよ!


딸: 왜? 왜 남자가 먼저야? 

えー何で?何で男の子が先なの?


나:...




4살 아이에게서 나온 너무나도 순수한, 그러나 뼈 있는 질문. 그러고 보니 2살 무렵부터 ‘왜 남자는 서서 소변을 보는가’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안 돼, 남자애도!!!’ 등등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와 다름, 그러나 같음에 대해 여러 번 의문을 갖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질문의 악센트와 높낮이로 보아 그녀의 인생 만 4년 동안 느껴온 부조리에 대해 꼬집으며 따지듯 묻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왤까... 제대로 찾아볼 시간도 없이 진지한 눈으로 대답을 재촉하는 아이에게 ‘그건... 생일 같은 거야’라고 서둘러 대답했다.


1월이 생일인 친구도 5월이 생일이 친구도 있지만 그건 다 우연이잖아~ 2월에 발렌타인데이가 있고 3월이 화이트데이가 있는 것도 たまたま、우연인 거야. 


둘러댔지만 


정말 그럴까? 


다음 화이트데이가 오기 전까지는 설명해 줘야 할 텐데... 

아니면 초콜렛/사탕/과자 회사의 상술이라는 대답을 해 줘야 하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이는 「그래? 그렇담 이번엔 넘어가 주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 질문은 오래도록 곱씹어야 할 것 같다. 나에게 현재 진행형인 과제들을 딸아이에게는 과거 완료형으로 넘겨주고 싶은 마음...


딸로 태어난 우리들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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