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엄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나는 지금 신데렐라 성이 보이는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방금 막 스플래시 마운틴을 타고 내려와 3년 전 겨울을 회상하고 있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지낸 혹한기 훈련을 절대 잊지 못할 겨울 에피소드로 꼽는다는데, 나에게 그 해 겨울은 내 생에서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을 겨울이었다.
새벽 3시 50분에 시작되어 저녁 7시 51분이 되어서야 끝났던 그날의 통증.
그렇다. 3년 전 그 날은 나의 보석 같은 아이, 첫 딸이 태어난 날이었다.
일본에서는 七五三(시치고산)이라는 풍습이 있는데 아이가 3살, 5살, 7살이 될 때마다 무사하게 성장했음을 신사에 가서 참배하고, 앞으로도 무병하기를 기원하는 행사 중 하나이다. 11월 중순이 七五三(시치고산) 참배를 하는 시즌이라, 이 시기 각 지역의 신사는 기모노를 입은 아이들과 함께 온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들의 모습으로 북적거린다.
내가 일하는 사진관에도 유독 七五三기념사진을 찍으러 오는 가족들이 많다 보니 내 안에서도 무의식 중에 3살 생일 - 七五三(시치고산) - 특별하게라는,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식의 공식이 성립되어 딸의 3번째 생일인 오늘, 우리 세 가족은 디즈니랜드에 와 있는 것이다.
평소보다 일찍 기상하여 분주하게 채비를 하고, 6시 반에 집을 나서서, 디즈니랜드가 있는 우라야스까지 장장 2시간+교통체증 30분의 운전을 감내하고, 입장하자마자 튀어나온 뱃살과 목에 건 대포 같은 DSLR 카메라를 부여잡고 숨이 끊어질 정도로 전력 질주하여 푸 상의 허니 헌트 패스트 패스를 손에 넣고, 지금은 4번째 놀이기구인 스플래시 마운틴을 타고 막 내려온 것이다.
딸은 말로만 듣던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를 보고 감동했고, 퍼레이드를 보고 두 손 두 발 들어 춤을 추었으며, 가이드북에서 찜 해둔 신데렐라가 타는 마차 모양의 팝콘 통을 사달라고 뗑깡을 부렸다. 디즈니랜드는 만 3살까지 입장이 무료이므로 입장료는 남편과 나 2일분, 1박 2일 투숙 호텔 객실료와 주차요금, 그 외 아침, 점심, 저녁식사, 고속도로 통행료, 기름값 등등으로 족히 10만 엔 가까이의 지출이 발생했다.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3살 생일 - 七五三(시치고산) - 특별하게로 이어지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공식은 이 어마어마한 지출을 가능케 하는 무시무시한 공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노력과 지출이 무색하게, 어쩌면 필요 없을지도 모를 나만의 욕심이었다는 생각을, 남편과 딸아이를 보며 하게 되었다.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와 화장실에 다녀오니, 남편이 사 온 또띠야 도그와 단면이 미키 모양인 츄로스를 나눠먹고 있었다. 오전 중에 혹사한 다리를 쉬게 하고자 우리는 벤치에 앉아 달콤한 간식 타임을 가졌다.
나: 왜 두 개만 샀어?
남편: 그래야 나중에 딴 거 또 먹지. 나눠먹으면 딱 좋잖아.
딸: 아빠 한 입만.
남편: 그럼 아빠도 한 입만.
딸/남편: …. (우물우물)
오늘이 특별한 날이길 바랐다.
그래서 (비싸지기 전에 미리미리) 호텔도 예약하고, 어떻게 하면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동선으로 움직일까 삼일 밤낮을 계획도 짜고, 시어머니에게 ‘평소에 그렇게 좀 일어나 보지’라는 군소리를 들으면서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직접 운전대를 잡고 이곳에 왔는데...
행복의 가격은 또띠야 330엔과
츄로스 310엔이면 충분했다.
아니, 그게 아니어도 되었겠지.
돌아오는 길.
역시나 퇴근길 차량으로 고속도로는 변비 환자처럼 꽉 막혀있었고, 딸은 골아떨어졌고, 남편은 턱을 괴고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나는 시야를 가리는 헬륨 풍선을 부여잡고 창밖의 네온과 불 켜진 빌딩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일은 출근하고 보육원 가는 평소와 같은 매일이 반복될 것이다.
행복도 그 안에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