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사람이 나 같은 사람 곁에 머물러 주는 걸까?' 같은 의문이 들 때가 자주 있습니다. 당연히 제가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인지 뻔뻔하게 탐구해보자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이런 질문을 떠올리는 것은 그들에게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일종의 부채 의식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관계에서 오는 서툴고 벅찬 감사함이 이기적이게도 익숙하고 편한 미안함으로 치환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에게 있어 미안은 애당초 감사에 늘 붙어있어야만 하는 그림자인 듯합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물이 있어야 그림자가 생기듯 앞선 감정은 고마움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에게 전해야 하는 것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과 죄의식 이전에 당신의 따스함에 대한 감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눈앞에 떡하니 보이는 사물을 외면한 채 오로지 그림자만을 보며 무엇인지 유추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겠지요. 당신에 대한 감사를 고스란히 느끼며 나 또한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올해는 서로의 온기를 온전히 느끼는 날들이 함께 하길, 더욱 길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