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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ug 16. 2019

인도 여행 22. 헬프 미 !

2019. 1. 25.

차트라파티 시바지 국제공항(Chhatrapati Shivaji International Airport)은 중요한 항공 거점으로, 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과 함께 인도의 관문 역할을 한다. 에어인디아를 타고 자이푸르에서 두 시간 걸려 도착한 터미널은 T2이다. 압도적인 규모와 함께 국조인 공작의 날개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는 유기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기둥과 천장이 흥미롭다. 올라를 호출한 후 공항 출입구 앞의 주차동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잠시 기다리니 바로 도착했다. 


뭄바이의 기온은 섭씨 30도이지만 시원하게 나오는 에어컨으로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항에서 나오는 길은 쾌적한 도시 분위기가 난다. 시속이 80km가 충분히 나오고 차간 거리도 유지된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다. 최악의 자이푸르처럼 빈 공간에 무작정 앞바퀴를 밀어 넣지 않는다. 길은 넓지 않은데도 교통 흐름이 좋은 편이다.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은 구간에서도 역주행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많고 좀 복잡해서 그렇지 룰이 적용되고 있다. 폭이 좁은 구간도 있지만 스쳐 지나가는 거의 모든 길에는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있으며, 그 옆에는 차량이 잘 정렬하여 주차되어 있다. 경제의 도시라 그런지 다리 밑의 걸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번화가로 오자 많이 막히지만 오토바이조차도 비집고 들어가지 않고 일단 기다리면서 교통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뒤에 오던 구급차를 위해 통로를 열어주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있다. 허름한 구시가지에도 자이푸르처럼 길거리를 막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없고 행인들은 인도로만 걷는다. 릭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도시가 좀 더 세련되고 정돈되었을 뿐 거리의 질서 의식은 우리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델리처럼 거리를 다니는 소나 우마차도 없고, 공기질도 다른 도시에 비해 좋다.

공항에서 나오는 도로 외에는 바닥에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차들은 모두 줄을 맞추고 차간 거리도 벌린다. 경적도 거의 울리지 않는다. 70여 분 동안 나의 올라 기사가 경적을 누르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공항에서 20km 떨어진 콜라바까지 교통비도 450루피에 불과하여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다.      

뭄바이의 대표적인 관광 지구인 콜라바(Colaba)에 위치한 파운테인 호텔(The Fountain Inn)에서 3박(7,500루피)을 묵는다. 뭄바이가 다른 도시에 비해 물가가 비싸고 숙소가 관광에 가장 좋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묶었던 숙소에 비하면 부담스럽지만 동선과 현지 교통비를 감안하면 최적지라고 생각하여 예약한 호텔이었다. 1인실이라 많이 작지만 정갈하고 발코니까지 있다. 

발코니에 나가니 까마귀 떼들이 여기저기 옥상에서 앉아 있고 석양에 유럽풍의 지붕들이 더욱 이국적이다. 가족이 그립지만 이 맛으로 여행하나 싶어 행복하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 싶다. 


'어라, 왜 안 열리지?'

발코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그는 문이다. 매우 난감하다. 스마트폰은 유리창 너머 침대 위에 놓여 있고, 여기는 6층이다. 좁고 높다랗게 세워진 건물이라 옆방도 없다. 행인도 지나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소리 지를 수밖에 없다. 

“헬프 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열 번쯤 하니 그제야 큰 소리가 나오지만 다시 고민에 빠진다. 

'발코니 문을 깰까? 말까?'

'깨면? 언제 청소하지? 유리창 값이 얼마나 하나?'

깨고 싶은 충동을 이기고 다시 몇 번을 더 외쳤다.

“헬프 미~, 헬프 미~~, 헬프 미~~~,”

반응이 없다. 다시 유리창을 보며 고민하던 중 옆집 옥상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우연히 옥상으로 올라온 청년의 도움으로 발코니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앞으로 꼭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 주겠다는 매니저의 약속을 받고 저녁을 찾아 나섰다. 


몇 번을 둘러봐도 들어가고 싶은 식당이 없다. 트립어드바이저를 봐도 못 찾겠다. 뭄바이의 중심지인데도 저녁 먹을 장소를 30분 넘게 찾아다닌다는 것은 분명히 내가 유별난 것이다. 여행국의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겠다는 전제로 출발한 여행임에도 제일 힘든 것이 음식이다. 

그러다가 만난 곳이 1960년부터 영업했다는 모캄보 카페(Mocambo Cafe)로 유럽의 PUP 분위기이다. 「Roast pork with roast potatoes」를 주문했다. 얇게 썬 돼지 앞다리의 살코기 부분을 버섯, 감자와 함께 약간의 간장, 거칠게 빻은 고춧가루로 양념한 음식으로 고추장 없이 간장으로 요리한 제육볶음 맛이 난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흰쌀밥과 아삭한 김치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맥주로도 충분하다. 인도에서 먹기 어렵다는 돼지고기를 즐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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