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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ug 16. 2019

인도 여행 40. 달리고 싶다 4

2019. 2. 11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500cc 로얄 엔필드는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꾸준히 생산되어 온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클래식 바이크의 기품을 간직하고 있어 눈이 먼저 가지만, 어제처럼 혼다 나비가 최선의 선택이다.     

사막의 표본, 쿠리 모래 언덕  Khuri Sand Dunes

1시간 넘게 걸려 찾은 곳은 쿠리 모래 언덕이다. 쿠리는 자이살메르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점심때쯤인데도 중학생들이 하교하느라 왁자지껄하다. 짓궂은 아이들이 스쿠터를 태워달라고 조르고, 일부는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애써 찾지 않아도 쿠리에서 유명한 아르준 게스트하우스가 쉽게 보인다. 아르준 사장은 인부들과 건물을 새로 짓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식사를 포함하여 하루 숙박 300루피, 낙타 사파리가 600루피라고 한다. 매우 저렴하다.

모래 언덕을 향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리조트가 펼쳐져 있다. 라자스탄식의 흙집을 개선하여 만든 현대식의 숙소들이 쭉 이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1~2월이 성수기라고 하지만 만난 사람은 인도인 가이드 1명, 영국인 2명뿐이다. 사막의 초입에는 거대한 님 나무(Neem tree)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유엔에서 21세기의 나무라고 할 정도로 인간과 동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유익한 나무로 알려져 있는 님 나무는 사막의 녹화사업에 적당한 속성수로 15m까지 자란다. 얼마나 큰지 떨어진 나뭇가지로 영국인들이 시소를 탄다. 

스쿠터로 1분도 못 가서 눈앞에 온통 모래 언덕이다.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수십 개를 합쳐 놓은 광경이라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머릿속에 정형화되어 있는 사막의 표본 그대로이다. 아무도 없는 모래 언덕을 걷고 오르는 경험은 안 해 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상상조차도      


카쉬미르의 소녀 촬영지, 샘 모래 언덕  Sam Sand Dunes

어지간하면 로컬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아르준 하우스의 점심을 마다한 것이 아쉽다. 어쩔 수 없이 콜라와 비스킷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최대한 액셀을 힘껏 잡아당기면서 샘 샌 듄으로 향했다. 황량한 사막의 카바 요새와 유령 마을을 가로질러 샘 샌 듄에 가니 낙타나 지프 사파리를 호객하느라 스쿠터를 막는 이들이 여럿이다.

어쩔 수 없이 스쿠터에서 내려 10분에 50루피(750원) 낙타 체험을 했다. 앞에서 고삐를 잡고 모래사막 언덕을 뛰어오르는 몰이꾼에게는 미안하지만 꽤 재미가 있다. 이곳에서 카쉬미르의 소녀(Brother Bajrangi)를 촬영하였다고 한다.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파반이 어머니를 잃어버린 파키스탄 소녀를 돕는 여정을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종교분쟁을 이야기하며 두 국가 간의 갈등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영화다.  

자아살메르까지 약 40분 정도 걸린다. 어제처럼 쭉 뻗은 한가한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스쿠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즐거움을 알 수 없다. 자이살메르를 5km 앞두고 스쿠터가 멈춘다. 고장일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기름이 떨어진 것이다. 3리터도 채 들어가지 않는 스쿠터로 거의 150km를 달렸으니 대단히 좋은 연비다. 주위를 둘러보니 50m 앞에 조그만 가게가 보인다. 1리터에 주유소의 2배인 150루피이지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난 참 운이 좋다.     


자로카가 아름다운 파트와 하벨리  Kothari's Patwa Haveli

자이살메르 시내를 스쿠터로 돌아다니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으나, 파트와 하벨리를 찾아가는 좁은 골목길에서는 마주 오는 오토바이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하벨리는 무굴 제국 시절 대중화되었던 부유한 상인의 주택이다. 파트와 하벨리는 요새의 동문 성 밖에 형성된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고급 주택 단지로 특별하게 보존되면서 방문객들에게 열려있는 곳이다. 우아하고 섬세하게 조각된 기둥과 라자스탄의 특유의 발코니인 자로카로 만들어진 건물 자체가 커다란 예술작품이다.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비둘기의 더러운 냄새와 먼지가 진동하여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다. 라자스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택의 주인은 비둘기이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다시 찾은 요새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아 어제보다 생동감이 없다. 티베트 음식 땜뚝(Thantuk)와 모모(momo)를 먹기 위해 리틀 티베트(Little Tibet Restaurant)를 찾았다. 땜뚝은 수제비와 비슷하고 모모는 티베트식 만두이다. 루프탑에 오르면서 순간 주방에서 행주 썩은 내가 코를 자극한다. 이미 입맛을 잃어버린지라 정성스레 준비했을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요새와 성 밖 도시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루프탑은 식당의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킬만하다.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어둠은 개들을 용감하게 만들어 숙소로 가는 길이 부담스럽다. 숙소 입구 옆에서는 십여 마리의 개들이 서로 짖어 대고 있다. 오늘도 혼자서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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