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12.
자이살메르 공항은 2013년 모디 총리가 200억을 들여 국가 성장 촉진 동력을 위해 구축한 사회기반시설로서, 연간 30만 명의 여행객을 수용할 수 있고, 180석 규모의 여객기 3대가 머물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사막 벌판에 지어져 있어 멀리서 볼 땐 작아 보인 공항에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커다랗다. 하벨리에서 본 듯한 문양으로 한껏 멋을 부린 누런 사암으로 만들어진 외벽이 인상적이다.
공항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좀 일찍 나섰는데 8시 30분이 넘어서 입장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이제야 하나둘씩 출근하더니, 9시부터 발권이 시작되었다. 피부색이 좀 익숙하여 쳐다보면 중국인이다. 얼굴에서도 티가 바로 나지만 멋을 부렸어도 뭔가 어색하거나 빛바랜 가방을 메고 있으면 분명 중국인이다. 다른 공항에서의 스파이스제트(Spicejet) 항공사는 기내 배낭 반입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여기에서는 반입하려면 800루피를 지불해야 하니, 찾는 게 번거롭지만 위탁 수화물로 보낼 수밖에 없다. 2층까지 있는 대합실이 1층 두 개의 게이트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규모에 비해 수요가 없는 듯하다. 델리(Delhi), 수라트(Surat), 아메다바드(Ahmedabad), 자이푸르(Jaipur)로 가는 항공기가 하루 1회씩 운행되고 있다.
10시 30분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승객이 내리기 전부터 절반 이상의 승객들이 줄을 만들어 탑승을 기다린다. 어차피 한 대뿐인 50m 앞의 비행기로 걸어가면 그만이라 줄을 길게 만들어 미리 기다릴 필요가 없음에도 인도인, 중국인, 서양인을 가리지 않고 서두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급하다고 흔히 말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보면 조급함은 개인적 성향일 뿐 국적이나 민족과는 상관없다. 한국인이 동작이 빠르고 부지런한 것일 뿐이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급하다는 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으로 보인다.
다시 델리이다. 인도 국내선 T1에서 30루피에 T3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올라 차장이 외치는 “Metro”에서 내렸더니 에로시티 역(Aerocity Metro)이다. 뉴델리 역으로 가는 표를 끊으니 잔돈을 일부러 적게 준다. 나머지를 요구하자 준비한 듯이 100루피를 건네준다.
인도의 지하철은 깨끗하며 진동도 거의 없고, 좌석의 1/4은 여성이나 노약자를 위한 배려석이다. 현대로템과 삼성물산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함께 만든 것으로, 2018년 7월에는 인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모디 총리와 깜짝 「지하철 정상회담」을 갖기도 하였다. 옷을 잘 차려입은 두 명의 중년 여인이 탑승하자 일반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지만, 여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맙다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 신분 차별 때문인지 여성을 배려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어색한 장면이다.
긴장감을 느끼고 싶어 무료 픽업을 거절하고 지하철을 통해 파하르간지로 갔던 낯설고 어색했던 한 달 전의 기억들이 머리를 스친다. 다시 만난 파하르간지는 여전히 더럽고 시끄러우며 혼잡하지만 무척 반갑다. 도착한 날 시원하게 맥주를 마신 레스토랑(Leo's Restaurant)을 다시 찾아 그동안의 여정을 되돌아보니 꿈속을 거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