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날이다. 사고도 없었고 흔한 장염도 걸리지 다행이다. 귀국하면 많이 그리울 것 같은 파아르간지의 혼탁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호텔을 나선다. 아침에 비가 왔어도 가시지 않는 먼지로 입안이 텁텁하다.
신발이 많이 더러워서 20루피에 신발을 닦아주겠다는 구두닦이의 제의에 응했다. 열심히 닦더니 벌어진 밑창의 수선을 묻는다. 밑창이 많이 닳아서 귀국하면 버리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좋은 일 한 번 하자는 마음에서 OK 했다. 수선까지 해서 200루피는 기꺼이 지불할 생각이었으나, 잠깐의 작업 끝에 그들이 원한 수고비는 650루피이다. 40일간의 인도 여행에서 한 번도 타인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는데, 너무나 심한 바가지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신발을 바닥에 벗어던지고 빤히 쳐다보는 개에게 소리를 질러 화풀이를 하면서 200루피를 주니 멀찍이 물러간다. 기분 좋게 여행을 마무리하려고 베푼 호의로 오히려 기분이 망가졌지만 액땜을 한 거라 생각하고 이내 툴툴 털었다.
파하르간지에서 출발하여 출국 수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시바지 역(Shivaji Stadium station)에서 지하철을 타고 T3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간다. 오랜 기다림이나 어려움이 없이 검색을 통과하고 출국장에 오니 마음이 편하다. 햄버거를 주문하니 1루피도 남지 않는다. 이제 다시 올 것을 기약하고 KE482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