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짓고, 회개하고

by 히토리

덥다.

에어컨을 종일 틀어놓아도 조금만 움직이면 더워서 짜증이 솟구친다.

폭염 한가운데 7월 마지막 주, 이번 주가 남편의 여름휴가다.

오래전부터 우리 집 여름휴가는 집콕이었다.

더위에 취약한 나의 체질과 에어컨바람에 취약한 남편 체질에 맞춰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온도에 맞춰 각자의 휴식을 취하다 밥때에 맞춰 만나는 게 가장 완벽한 휴가임을 오래전에 깨달았다.

다만 그래도 휴가니까 아무리 더워도 나가서 하루에 한 끼 맛있는 거는 사 먹어줘야지!

그래야 나도 휴가지. 삼시세끼 돌밥돌밥-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하면 그건 휴가가 아니야, 벌칙이야.


휴가 첫날부터 그동안 참았던 알콜로 달렸다.

다음 날 오전까지 배가 꺼지지 않을 만큼 먹고 소파에 늘어져있는 나를 남편이 일으켰다.


"회개하러 가자."


몸속에 칼로리라는 죄의 씨앗을 잔뜩 품었으니 운동하러 가서 회개하자는 말이다.

좋아! 회개하고 또 죄지으러 가자!

그렇게 우리 부부는 휴가 3일, 아니 주말까지 포함해 5일 동안 죄짓고 회개하고 죄짓고 회개하고를 반복했다.

뷔페 먹고 운동하고, 한정식 먹고 운동하고, 삼겹살 먹고 운동하고...

회개하는 내내 새로운 죄(?)를 지을 생각에 어찌나 몸이 가볍던지!

열심히 회개한 덕분에 감량의 은총은 내리지 않았지만 다행히 증량의 저주도 내리지 않았다.

선방했네.


후.... 여름휴가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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