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유학일기 - 여름편 #6
3박 4일의 여름휴가를 맞아 남편이 내게 왔다.
딱 한 달만의 부부상봉이다.
한 달 만에 만난 부부의 여름휴가는 어떨까?
지내고 보니 같이 살 때와 다르지 않다.
같이 살 때도 여름휴가라고 특별한 일을 한 기억은 별로 없다.
더위에 약한 나와 체력이 약한 남편은 그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집에서 TV 보고 낮잠 자고 쉬다가 해지면 슬슬 나가 맥주 한잔 마시고 오는 게 최고의 여름휴가라 생각하고 살았다.
삿포로에서의 여름휴가도 똑같았다.
운 좋게 남편이 온 주말부터 삿포로에서 맥주축제가 열렸다.
남편이 온 첫날, 축제가 열리고 있는 大通公園(오도리공원)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여름축제인 비어가든과 겨울축제인 유키마츠리가 삿포로의 대표 이벤트인데 남편과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산토리, 아사히, 기린, 삿포로, 국제맥주 다섯 개의 부스 중에 남편이 좋아하는 산토리 부스에 자리 잡았다.
운영시간은 낮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인데 삿포로 사람들은 맥주축제 기간 동안에 이 커다란 공원에서 대낮부터 주구장창 맥주를 마신다.
9시가 되면 부스는 칼같이 불을 끄고 마감을 한다. 아쉬운 사람들은 가까운 すすきの(스스키노) 거리로 가서 더 달린다. 그리고 해장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삿포로에는 シメパフェ(시메파훼)라고 해서 술을 마시고 마지막으로 파르페를 먹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삿포로 중에서도 음주문화가 가장 발달한(?) 스스키노 거리에는 술집과 아이스크림을 함께 파는 가게들이 많고 이 가게들은 새벽까지 영업하기도 한다.
술은 좋아하지만 주량이 세지 않은 우리 부부는 그냥 맥주 한잔만 하고 말았다.
사실 맥주축제는… 별거 없다.
맥주는 맛은 있지만 비싸고, 안주는 냉동식품 데워준 거라 맛없다.
그냥 북적이는 분위기가 사람 흥을 돋우는 것뿐.
남편과 3박 4일 동안 그렇게 느긋하게 지냈다.
학교도 하루 째고, 근교의 바닷가에도 가고, 동네 빵집에도 가고, 드립커피전문점에서 남편의 인생 커피도 만나고, 외관이 너무 허술해서 혼자 갈 엄두를 못 냈던 집 근처 이자카야에도 갔다.
삿포로역 JR타워 전망대에서 도시를 훑어보기도 했다. 지하철 네 개 정도의 거리를 걸어 집에 오는 동안에 길을 잘못 들어 환락가를 돌아 나오기도 했다. (그 거리는 3주 전쯤 막둥이 왔을 때 머리가 없는 시체가 발견된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였는데 어제 용의자가 잡혀서 뉴스에 다시 나오고 있다.)
막둥이가 왔을 때는 전투적으로 관광지를 찾아 돌아다녔는데 남편과는 그냥 손잡고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거닐었다.
동네 빵집 카레 고로케는 매일 먹어도 좋을 만큼 맛있었고, 집 근처 이자카야는 외관과 다르게 동네 사람들 참새방앗간이었다.
남편이 있는 동안 남편을 집에 혼자 두고 학교를 간 날이 있다.
“너무 조용해. 지구 위에 나만 혼자 있는 것 같아.”
쉬는 시간에 궁금해서 연락해 보니 남편이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고 한다.
내가 알지, 무서울 정도의 그 적막함. ㅎㅎ
처음에 일본에 왔을 때는 못 느꼈다가 막둥이가 가고 난 다음 무섭도록 진하게 느껴지던 그 조용함이 나는 겁났다.
남편이 가고 나면 또 그 무서운 감정을 느껴야 하나…
하지만 다행히 한번 겪었다고 이번 이별은 나름 쿨하게 받아들여졌다.
공항에서 남편을 배웅하며 찔끔 울기도 했지만 씩씩하게 학교로 돌아와 한자 시험을 치렀다.
일본에 온 지 딱 한 달, 이 생활도 적응이 되었나 보다.
10월쯤에 큰 딸이 온다고 하니 두어 달은 가족상봉 이벤트가 없다.
8월 5일부터 20일까지는 여름방학이다.
학교도 가지 않으면 하루종일 지루한 나날을 살게 될 테니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