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유학일기 - 가을편 #3
우리 집 근처에서는 세 가지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택시 제외)
가장 가까운 것은 市電(시덴)이라고 불리는 노면전차이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삿포로 서남쪽을 커버하며 순환하는데 나는 이 시덴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나의 생활반경이 이 시덴만으로 충분하기도 하지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필요도 없고 요금도 200엔으로 저렴하고 레트로한 감성도 좋아서 잘 타고 다닌다.
버스는 집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큰길에 다니는데 여기는 도쿄나 오사카처럼 버스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배차시간도 길어서 잘 안 타게 된다.
노선도 잘 모르겠고 타고 내릴 곳도 잘 모르겠고 집에서도 멀고… 암튼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럼 지하철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은 집 앞의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있는 中島公園(나카지마코엔)역이다.
버스정류장보다 조금 멀지만 공원을 산책하는 맛이 있어 걸어갈 만하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지하철 타는 것을 피한다.
일본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완전히 막혀있는 한국과 달리 높이가 가슴팍 정도밖에 오지 않는다.
옛날 한국처럼 지하의 철로와 승강장이 완전히 뚫려있는 셈이다.
한국의 지하철은 밀폐는 아니겠지만 일단 철로와 승강장이 스크린도어로 분리된 데다가 승강장마다 공기청정기가 있는데 삿포로에는 그런 거 전혀 없다.
그뿐 아니다.
삿포로의 지하철은 창문을 열고 달린다.
누군가가 그러는데 예전엔 안 그랬는데 코로나 시국에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서 있을 때는 달리는 속도 때문에 바람이 차내로 들어와 머리카락이 완전 산발이 된다.
올해처럼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켰는지 안 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에어컨을 켠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는 셈이다.
지하 특유의 냄새를 머금은 습습한 공기가 먼지와 함께 얼굴로 고스란히 쏟아진다.
한국처럼 약냉방, 강냉방 구분해 주는 배려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창문이라도 닫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 삿포로역까지는 3.5km 정도 된다.
가는 길에 번화가인 스스키노와 타누키코지, 오도리공원을 거쳐간다.
어지간하면 나는 그냥 걷는다.
스스키노부터 삿포로역까지는 지하도를 통해 상가등도 잘 발달되어 있어서 날이 좋지 않은 날에도 구경삼아 걷는다.
운전하고 다닐 자가용도 없고 대중교통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편하면 튼튼한 내 두 다리를 믿을 수밖에.
덕분에 오늘도 점심을 먹기 전에 이미 10000보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