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마치며

쉰 살의 유학일기 - 가을편 #6

by 히토리

오늘은 추석.

알바도 없는 날이라 느지막이 일어나 뭉그적거리다가 막 세수를 했을 때 남편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추석날 아침이라 아버님 차례상을 앞에 두고 전화한 거였다.


”차례 지냈구나. 어머님 혼자 힘드셨겠네. 설거지는 자기가 해라. “


“허허.. 이 아줌마 말하는 거 좀 보소. 시엄니한테 안부나 전하셔. “


남편이 어머님을 바꿔줬다.

왜일까… 왈칵 눈물이 터졌다.

머라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울먹이는 나에게 어머님도 눈이 빨개져서 말씀하셨다.


“아이구야, 나도 눈물이 난다. 제발 잘 챙겨 먹어라. 아프지 말고. 혼자 있을 때 아프믄 안 된다. 응? 잘 챙겨 먹고 잘 쉬고 온나.“


일본에 온 후 시어머니와는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통화는 물론 문자도 카톡도 드리지 않았다.

면목없고 송구스러웠기도 했지만 솔직히 좋은 소리 들을 것 같지 않아서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통화가 연결되자 서로 알 수 없는 눈물이 터져버렸다.

20년간, 나와 시어머니는 참 괜찮은 고부관계였는가 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게 4월과 10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어학교는 중간에 여름과 겨울학기가 끼워져 4월, 7월, 10월, 1월 4학기 제다.

오늘은 7월 학기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6월 말, 첫 레벨테스트를 받고 N3반에 배정되어 3개월을 공부했다.

9월 초, JLPT3급 모의시험을 봤고 180점 만점에 136점을 받아 우리 반 1등을 해서 10월부터는 N2반으로 진급하기로 했다.

지난 금요일, 꼭두새벽부터 운전면허시험장을 다녀오느라 - 거기서 기다리느라 - 진이 다 빠진 채 학교에 갔는데 담임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10월에 시작할 반을 꾸리다 보니 N2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학생이 없다.

힘들겠지만 현재 있는 N2 클래스에 들어가서 공부하면 어떻겠나.

다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한번 더 봐야 한다. “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진급을 해야 하는데 새로 들어오는 학생 중에 N2 레벨이 없어서 세 명만으로는 반을 꾸릴 수 없다는 거다.

JLPT N2 모의고사를 치러서 180점 만점에 95점 이상이 합격인데 85점 이상이면 기존의 클래스에 들어가 같이 수업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날 오후 수업이 끝난 뒤 5시부터 시험을 봤다.

새벽 6시 30분에 집을 나가 면허시험장에서 서너 시간을 기다리고 학교에 와서 네 시간을 수업받고 또 남아서 두 시간 반 동안 시험을 봤다.

하루종일 쫄쫄 굶은 채로… ㅜㅜ

N2는 N3와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그나마 자신 있는 독해에서도 시간이 부족했다. 지문이 한 페이지가 넘는 것도 있었다.

어휘도 모르는 게 태반이고 한자도 어려운 글자가 너무 많았다.

청해는… 말이 너무 빨라 아예 하나도 안 들리는 수준이었다.

같이 시험 보던 베트남에서 온 친구는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버렸다.




추석날이자 7월 학기의 마지막날.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하고 울적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집 앞 공원은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 있었으면 많지 않은 식구지만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북적였을 텐데…

원래도 제사 없고 일없고 시집살이 없는 집 팔자 좋은 며느리였지만 올해는 정말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니 조금 쓸쓸하다.

학교에 가니 모의고사 점수가 나와있었다.

115점. 합격이다. 생각보다 좋은 점수였다. 과락점수도 없다.

나와 같이 시험 본 네팔에서 온 친구도 합격했단다.

10월부터 오전 N2 클래스에서 수업받기로 했다.


상장도 받았다.

한자콘테스트 96점 우수상.

소박하게 군것질거리를 부상으로 받았다.

지난여름 너무 더워 에어컨을 찾아 학교에서 공부한 보람이 있네. ^^

오늘 저녁은 이걸 안주삼아 맥주 한잔 해야겠다.


앞으로 열흘간 방학이다.

이제 겨우 얼굴 익히고 이름 외우고 친해진 친구들과 헤어지려니 아쉽긴 하다.

스무 살 남짓, 딸 또래의 아이들이었어도 같은 반 친구라고 숙제도 보여주고 장난도 치고 과자도 나눠먹고 정들었었는데…

열흘간의 방학이 끝나면 가을도 꽤 깊어져 있겠지.

새로운 계절, 새로운 친구들과 어떤 일상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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