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유학일기 - 가을편 #7
나의 학기 방학에 맞춰 큰딸이 삿포로에 왔다.
큰딸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올 한 해 휴학 중인데 공사가 다망한 젊은이라 우리 가족 중 제일 늦게 나를 만나러 왔다.
이 녀석은 내가 일본으로 오기 직전 맹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로 퇴원도 못 보고 왔다.
그게 내내 미안하고 짠했는데 일주일간 둘이 지내면서 한껏 이뻐해 주고 내 죄책감을 조금 풀고 싶었다.
중고가구점에서 코타츠를 샀다고 하니 짱구처럼 그 속에 쏙 들어가 귤 까먹고 싶대서 아직 날이 포근하지만 부랴부랴 코타츠 이불도 샀다.
귤도 한 봉지 샀다.
그리고 일주일간 딸이 먹고 싶다는 건 다 사줬다.
현지인처럼 살고 싶다는 딸의 요구사항에 맞춰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맛집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직접 먹어보고 찾아냈던 동네 맛집들을 데려갔다.
나 혼자 가기엔 좀 버거웠던 온천 료칸도 가고, 프리쿠라라는 요상한 스티커 사진도 찍고, 일본 신 3대 야경이라는 모이와야마 야경도 봤다.
딸은 내게 와서 잠시 현지인 느낌으로 살아보고, 나는 딸이 와서 잠시 관광객의 느낌으로 지내봤다.
일주일 후, 딱 붙어 지내던 딸이 돌아가면 얼마나 허전할까 싶어 일부러 일을 만들어두었었다.
막둥이와 남편, 친구까지 합해서 이번이 네 번째 작별(?)이니 나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달까?
공항에 배웅하러 나가기 전에 집을 싹 치웠다.
막둥이 때처럼 머리카락 집으며 울지 않으려고 청소기까지 돌려 말끔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한참 전에 예약했던 요리교실 체험수업을 다녀왔다.
일부러 집에서 3km 정도 거리에 있는 요리교실까지 왕복으로 걸어서 갔다 왔다.
기가 막히게 좋은 삿포로의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부지런히 걸으면 아마 밤엔 피곤해서 외로울 틈도 없이 잠들어 버릴 테니까.
예상했던 대로 머리카락을 줍다가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쉽게 잠이 들진 않았다.
눈에 보이는 흔적은 없었지만 귀에 내내 딸아이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애들 어릴 땐 그만 좀 불러라~ 했었는데 이젠 듣고 싶은 말이 되어버렸네.
“알바 빡시게 해서 겨울에 눈 오면 또 올게!”
그래, 엄마가 여기에 있는 게 너희들에게도 좋은 경험과 기회가 되길 바래.
엄마도 하루하루 후회하지 않도록 멋지게 즐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