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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쓸 Oct 08. 2021

괜찮은 동네 어린이집을 찾아서

[슬기롭지 않은 어린이집생활] 학대만 안하면 다행이라고?


괜찮은 동네 어린이집을 찾아라


‘발도르프가 무어냐, 공동육아가 무어냐, 일반 어린이집 보내자’ 결정하고 집근처 어린이집 입소 확정을 한 2월. 신천지발 코로나는 매일 수백명씩 확진자를 쏟아냈다. 결국 오티 이후로 어린이집을 한번도 못가고 퇴소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는가 싶)던 여름. 다시 어린이집 탐색을 시작했다. 전업에 외동인 내게 국공립 어린이집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숫자였다. 집 주위 민간, 가정 어린이집을 찾아보았다.


먼저 A어린이집.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웠다. A어린이집은 우리집과 동일한 면적과 구조의 24평 구식 아파트이었다. 잠깐, 여기서 아이들 15명이 생활한다고? 우리집은 손님 몇 명만 와도 터져나갈 것 같던데? 아이들이 다같이 생활하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았다. 패스.


다음 B어린이집. 우리 단지 옆 35평 아파트의 가정 어린이집이었다. 음, 확실히 A보다 공간이 널찍해 좋군. 거실에서 대근육 활동을 하기에도 적당해보였다. 그런데 원장과 상담을 하다보니 만1세반은 투 담임에, 담임 중 한명은 원장이란다. 아이고야, 여긴 아닌갑다. 패스.


*현재 가정어린이집에 한해 원장의 담임 겸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원장이 홍보와 상담, 보육계획 수립, 예결산 처리, 교재교구 구입 등의 원장 업무를 수행하며 담임 업무까지 수행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는 담임교사 한명이 원장반 아이들까지 떠맡거나, 하루 4시간여 보조교사를 채용해 '돌려막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가정어린이집의 원장 담임 겸직을 제한해달라는 청원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마지막 C 어린이집. 옆단지 관리동의 오래된 민간 어린이집으로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시설이 낡은데다, 가정 어린이집의 거실 같은 공간이 없어 아쉬웠다. 교실로 진입하는 통로를 ‘유희실’이라 이름 붙이고 붕붕이 몇 대를 갖다놨으나, 대근육 활동을 하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교사들이 모두 나이대가 있는데다 적극적인 태도였다.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주로 원장과만 상담할 수 있고 담임 교사는 주눅든 듯한 모습이었는데. 적응 기간을 충분히 가진다는 것도 안심이 되었다. 결국 이곳으로 결정.


*서울형 어린이집이란, 일정한 자격 조건을 갖춘 어린이집에 대해 서울시에서 국공립에 준하는 인건비와 평균보육료 수입의 10%를 기타운영비로 지원하는 어린이집이다. 오세훈 시장 작품(?)으로, 현재는 이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있게 진행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시의 재정 지원을 받는만큼 어린이집의 모든 지출은 클린카드를 이용해야 하고 그 내역을 서울시의 회계관리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니, 부정이나 비리는 적을 것으로 예상.


어느 볕 좋은 가을날. 아이가 꺽은 꽃을 머리에 꽂아주었다. 

“학대만 안하면 다행이다 생각하며 보냈지”


지인들과 만난 자리, 아이의 어린이집을 결정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교육전문 변호사인 M은 말했다.


“애 어린이집 가보면 애들 TV 보고 있을 때도 있고, 점심 고깃국에 고기 손톱만한 거 두 점 들어있고 그러더라구. 그래도 속이지는 않으니까, 언제가도 문 열어서 안에 보여주니까 다행이다 싶었어.”


어린이집 특별활동 전수조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 H가 말했다.


“알고보니 우리 애 어린이집은 특별활동을 오전에 하더라. 오전에 하는 거 불법인데. 근데 나 한마디도 못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특별활동은 낮12시부터 오후6시까지 운영 가능하며, 특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영유아를 위해 특별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집 수다가 끝날 무렵, M과 H는 어린이집에 대한 애증을 이렇게 정리했다.


“너무 기대하지 않고, 그냥 학대만 안하면 다행이다 생각하며 보냈지.”


M과 H가 워킹맘으로 각각 7살, 4살 아이를 키우며 얻은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결론이었다. 애초에 어린이집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마음이 무거웠다.



일주일간 아이와 어린이집에 함께 가보니


아이의 적응을 위해 일주일간 아이와 어린이집에 함께 들어갔다. 신발장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과 놀았다. 그 기간동안 아이도, 나도 어린이집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어린이집을 직접 경험하며 아쉬운 면도, 안심이 된 면도 있었다.


아이를 맡긴 부모로서 아쉬웠던 점. 하나. 선생님이 너무 바쁘다. 아이가 속한 만1세반은 교사 한명에 아이 5명이 법정 비율이다. 한 아이를 보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넘어져 울고, 우는 아이 달래다보면 다른 아이가 대변을 본다.


“선생님, 정말 화장실도 못가시겠어요.”


선생님이 웃으며 끄덕였다.


현재 어린이집의 법정 교사 대 아동 비율은 다음과 같다. 0세 반 교사 1명당 3명, 1세 반은 5명, 2세 반은 7명, 3세 반은 15명, 4세 반과 5세 반은 20명. 어린이집의 질 향상을 위해 ‘교사 1인당 아동 비율 축소’를 최우선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육아정책연구소(2017)의 ‘교사 대 아동비율의 적정 기준 마련 방안’에 따르면, 교수, 공무원, 현장전문가 등의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영아의 경우 1명씩, 유아의 경우 4-5명씩 감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둘. 어린이집 보육실과 공동놀이실이 비좁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보육실(보육실, 거실, 공동놀이실 포함) 면적은 영유아 1인당 2.64 제곱미터(0.8평)를 충족하면 된다. 30평대 아파트의 작은 방 하나에 아동 5명과 교사 1명이 하루 종일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보육실 면적(영유아 1인당 2.64제곱미터)은 OECD 평균인 3.6 제곱미터(0-3세), 2.9 제곱미터(3-6세)보다 낮은 수치다. 게다가 어린이집 시설에 대한 기준에서 채광, 심미성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해외 국가에서 어린이집 시설 기준에서 면적뿐 아니라 공간의 심미성과 안정성, 유아의 놀이 동선까지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육아정책연구소(2018) 육아정책 브리프 '어린이집의 물리적 공간, 기본을 넘어 창의적 환경으로' 참고


그럼에도 안심이 되었던 점. 일주일간 만난 어린이집 선생님은 뉴스에서 목격한 잠재적 아동학대범이라기보다, 성실한 직업인이었다. 선생님의 하루는 오전 간식, 자유 놀이, 점심 식사, 낮잠 등의 일과에 따라 바쁘고도 활기차게 흘러갔다. 게다가 선생님은 아이를 능숙하게 다루는 보육전문가였다. 언제 아이가 엄마와 분리해야할지 상황을 지켜보고, 분리를 쉽게 만드는 다양한 팁을 제공하고, 결전의 그 날, 아이를 결연히 떼어갔다. 울면서 교실에 들어간 아이는 울지 않고 나왔다.


아이들의 하루 역시 일과의 흐름에 따라, 단조로운 듯 다채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인 곳에는 예측 불가의 상호작용이 가득했다. 발달 단계에 따른 새로운 말과 행동,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 돌발 상황이 만들어내는. 아이들의 생동감으로 어린이집은 그럭저럭 잘 굴러가리라, 조금은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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