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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Dec 03. 2022

미래교육과 사회혁신의 조건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폴 김, 함돈균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이 책은 인문학자 함돈균과 교육공학자 폴 김의 대담 내용을 담았다. 미래교육과 사회혁신에 대한 폴 김 교수의 도전과 성취, 그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전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교육을 경험했고, 미국에서 컴퓨터공학과 교육공학을 전공해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는 혁신적인 교육 프로젝트를 추진할 뿐 아니라 글로벌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이론과 경험을 두루 겸비한 그의 메시지는 생생하고 단단하다.


저는 학생들을 ‘스타’로 봅니다


그의 교육 철학은 선명하다. 교육은 아이들이 가진 고유한 개성을 발현시켜 주는 과정이며, 아이들이 가진 역량과 재능을 신뢰함으로써 배움과 성장의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하게 말한다. 그는 무언가 가르치려고 할수록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빼앗을 뿐이라고 한다. 그럼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책의 제목처럼 교사는 티칭(teaching)이 아닌 코칭(coaching)을 통해 아이들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코치 coach’ 예요. 저는 코치라는 말이 참 좋아요. 저는 학생들을 ‘스타 star’로 보기 때문이죠. 학생들을 세상에 내보낼 때 그들은 스타라고 할 수 있어요. 스타는 코치가 만들고, 코치가 스타를 만들려면 그 아이에 대해 정말 잘 알아야 해요. 풋볼 팀이나, 스포츠 팀에도 코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코치는 자기가 아는 걸 쏟아내어 가르치지 않는 대신 스타가 될 학생들 하나하나의 특성이나 자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잘 알아야 하고 잦은 피드백을 해줘야 합니다.


진정한 교사 teacher가 되고 싶으면 교습 teaching을 하지 마라, 대신에 질문을 던지거나 문제를 보여주거나 감동이나 영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깨우쳐 탐구하고 싶어 하게 하고, 스스로 호기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교육의 방향도 시대적 배경과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농업사회, 대량생산 산업사회 그리고 계급사회에서 개인의 고유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거대한 사회질서 안에서 정해진 규칙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수많은 직장인과 창업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요구받는다. 또한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생존이 유일한 목적이었지만, 지금 같은 물질 풍요의 시대에는 행복이 지상 최대의 가치가 되었다. 폴 김 교수의 메시지는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사회적 생존을 위해서도 아이들의 고유성에 주목한 교육이 미래교육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두려움에 의존하는 교육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단지 두려움 때문에, 뒤처질까 봐 두려워서, 다른 아이와 다를까 봐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항상 남들처럼만 하라고 하면 늘 군중이 되는 거잖아요. 원 플러스 원이 되는 거죠. 그게 아니라 단 하나가 되어야 해요. 딱 하나, 오직 ‘더 원 the one’, 사실 우리는 모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잖아요.


출처: yes24.com


사회혁신의 조건을 말한다


폴 김 교수는 글로벌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Seeds of Empowerment’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을 기반으로 문제 해결 솔루션을 연구, 도입하고 각 현지 사정과 맥락에 맞춰 솔루션을 조정한다. 비록 실패와 어려움이 있더라도 열정과 헌신으로 극복하고, 지역 파트너십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혁신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간다. 그는 스스로 사회혁신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혁신에 필요한 조건들을 학습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혁신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혁신을 꿈꾸는 미션 조직들에게 영감과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여기서는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포인트만 공유해 본다.


1) 사회변화에 대한 공감 확산


사람들의 믿음이나 생각의 수준에 따라 변화의 방향과 정도나 수준이 결정되는데, 그것은 체계적인 구조가 있고,   또 사람들이 그 변화를 원해야 가능한 겁니다. 원하지 않고 사회의 그냥 어느 정도 하는 수준에 만족하고, 질문하지 않고, 이게 삶의 표준인가 보다 하고 사는 체제와 사회라면, 그 사회는 당연히 혁신을 추구하지도 않을 거란 말입니다. 혁신은 불편한 것이거든요.


사회적인 변화를 원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혼자는 안 되고 변화를 추동시킬 수 있고 응원하고 교류할 수 있는 지지 세력이 있어야 진화나 변혁이 가능한 것이지요.


2) 혁신에 대한 열정과 헌신


“실패했으면 다시 돌아가서 뭐가 잘못됐는지를 분석해서 될 때까지 계속해보라는 거예요. 처음의 그 열정을 가지고. 그런데 혁신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이 잘못하는 게 실패하면 그걸로 그만이라는 거예요. 그 촉발된 아이디어를 계속 수정하는 과정 없이, 다른 데 가서 다른 아이디어 만들어봐야지 하는 식입니다.   이게 바로 ‘커밋먼트’가 없는 겁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지속 가능성이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기를 원한다면 한결같은 지속적 열정 · 헌신이 필요하다고 제가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3) 목적 중심의 팀 리더십


제가 볼 때 제일 중요한 원칙은 궁극적인 목적을 모두가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공유의 지점을 우선 확실히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재능이 있고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가짐과 참여도를 생각하고, 코칭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 어떤 강점이 있는지, 우리가 필요한 것과 그 사람의 강점을 잘 맞출 수 있는 모델로 나아가면 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심각성, 사회혁신의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희망 없이는 더 나은 미래도 없다. 폴 김 교수가 세계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도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꿈꾸며 열정과 헌신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같은 희망을 가진 이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 함께 교류하고 협력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키워갈 때 희망은 현실이 된다. 아주 먼 곳이지만 한 걸음씩 내딛기만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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