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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Dec 20. 2022

당신의 팀원은 괜찮은 사람입니까?

<팀장은 처음이라> 남관희, 윤수환

실패한 팀장


올해는 좌절감으로 가득한 한 해였다. 팀장으로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오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일도 사람도 제대로 몰랐다. 그런 볼썽사나운 ‘나’와 매일 같이 마주하는 일은 괴로웠다.


작년 이 맘 때쯤 좋은 상사가 되어보겠다며 다짐하는 글을 브런치에 썼다. 당시 책을 읽으며 인용했던 문구, ‘훌륭한 상사가 되는 것은 외로운 일방통행을 의미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실감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외로운 일방통행이란 (내 경험치를 바탕으로 생각해보건대) 자녀를 양육하는 일과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방통행을 그저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기… 수준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팀원들과의 허니문(신임 팀장에 대한 관용이 허락된 시기)이 끝난 후 팀원들은 조직의 문제와 불만을 내게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조직 안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팀원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일에 대해서도,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그들은 할 말이 아주 많았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척했지만 사실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따라서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팀에는 심각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팀원들을 탓했다. 너희들이 몰라서, 너희들이 나빠서, 너희들이 열심이 없어서… 등등. 회의 도중 화가 나서 노트북을 덮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팀원들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던 그 순간, 나는 리더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팀장을 공부하다


매일 팀원들 얼굴 보는 것이 힘들었다. 팀장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싶었다. 아래로는 팀원들로부터, 위로는 상사로부터 공격받고 치여야 하는 팀장의 삶은 고단하고 애처롭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다. 하루하루 덧나는 상처가 쓰라렸지만, 여전히 회사에는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장 해야 하는 일들도 눈앞에 있다. 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괴로운 건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도 들었다. 직장인 고민을 상담해주고 코칭 노하우를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쌍코피 (쌍방향 코칭과 피드백)’ 채널의 영상들을 보며 팀장 리더십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하는 책 <팀장은 처음이라>는 이 채널을 운영하는 남관희, 윤수환 두 코치분이 함께 쓴 책이다.


    

어떻게 팀원들과 신뢰를 형성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을 개선하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코칭 사례와 스킬들을 소개해주는 유용한 책이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내용은 팀원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라도 팀원들을 ‘괜찮은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그들의 의도를 나쁘게 ‘해석’하거나 ‘평가’해서는 안된다. 팀원들의 선한 의지와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신뢰를 쌓는 일이다. 팀장과 팀원 간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동기부여도 업무개선도 불가능하다.


코칭에는 말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팀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을 문제 직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저들도 틀림없이 회사에 기여하고 싶을 텐데…’라는 시각으로 근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이해하려는 입장으로 시작했을 때, 그제야 말이 먹히기 시작한다.


리더십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고 또 어려워하는 대인관계 역시 말이 기본이다. 내 말을 바꾸면, 내 마음이 바뀌고, 내가 상대방을 보는 마음이 바뀐다. 어떤 말이 여기에 해당할까?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괜찮은 사람, 귀한 사람으로 보고 말하는 것이다.


출처: yes24.com


둘째, 팀장은 ‘도를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다. 누가 봐도 팀원의 잘못이고 지적당해야 마땅한 순간에라도 팀장은 팀원을 신뢰하고 인정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는 코칭 태도가 도를 닦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다. 일방통행은 끝까지 일방통행이다. 적당히 가다가 차를 돌렸다가는 바로 사고가 난다.


그런데 인정과 칭찬은 한 번 하고 끝이 아니다. 리더는 그 사람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계속 확인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한 번 이야기하면 됐지 같은 걸 또 해야 하나 싶겠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항상, 자주 이야기해줘야 한다. 리더가 아무 말 안 하면 말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인정을 안 한 것이 되어버린다.


팀장으로서 내가 가지지 못한 태도가 바로 이 두 가지였다. 인내를 가지고 팀원들을 끝까지 믿어주는 것. 인내는 그저 참는 것이 아니다. 신뢰라는 가치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다. 나는 팀을 벼랑 끝까지 밀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결정적 문제를 발견했다. 



성장통을 겪으며


원인을 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요즘은 팀원들과 소통할 때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 이들은 ‘괜찮은 사람’들이며 모든 말과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면 팀원들과의 대화 분위기가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처음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소통 과정에서 팀원들을 이해하게 되거나 나의 요구가 반영되기도 한다. 조금씩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무릇 어려움이 있어야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는 법, 오죽하면 ‘성장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 밑에 독사 같은 팀원이 있어야 아픔이 있고, 아픔이 있어야 위대한 팀장으로 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팀원은 나를 성장시켜주는 고마운 존재다.


아이를 키울 때도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하지만 실수하고 실패할 때도 있다. 팀장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팀장보다는 성숙한 팀장이 되고 싶다. 때론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반성하고 돌이킬 수 있는 그런 사람. 끊임없이 성찰하고 성장하며 팀원들의 성장까지 이끌어내고 싶다. 작년 이 맘 때는 내가 좋은 상사가 되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팀원들의 행복과 성장이 나의 바람이다.


내년에는 나는 또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고민보다는 웃음과 즐거움이 조금 더 많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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