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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Dec 31. 2022

우리 집처럼 편안한 조직문화, 가능할까?

<조직문화 재구성,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 최지훈

MZ세대들이 기업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졌다. 구성원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며 각자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 책 <조직문화의 재구성,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두드러지는 차별점이 있는데,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조직문화를 가장한 철학 서적 같기도 하다. 가끔은 내용이 막연하게 느껴져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관점이 ‘조직문화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있는 영감을 준다.


출처: yes24.com



기업 경영의 목적, 이웃추구


저자는 기업 경영의 목적을 이윤추구가 아닌 ‘이웃추구’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기업은 가치를 추구하고 가치는 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좋은 이웃’을 만드는 것이 경영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며, 구성원들 역시 인적자원이 아닌 함께 성장하며 가치를 만들어가는 이웃으로 본다. 따라서 조직문화 활동은 기업, 고객, 구성원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영의 목적이 ‘꽤 반가운 사이인 이웃’을 만드는 것이라면 조직은 ‘서로가 좋은 이웃이 되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구성원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윤추구에 비할 바는 못된다. 기업이란 모름지기 이윤을 내고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중요한 존재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이웃추구’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그저 낭만적인 구호로 느껴진다. 내가 살아남지 못하다면… 좋은 이웃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좋은 이웃이 많다면 나의 생존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공동체 안에 있다면 위험에 처해도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즉 좋은 이웃을 만드는 일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객과 구성원들이 지켜주고 싶어 하는 기업,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가! 기업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출처: pixabay.com



좋은 이웃, 좋은 공동체의 조건


구성원들 서로가 좋은 이웃이 되고 함께 성장하며 가치를 만드는 곳이라면, 조직은 구성원들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공유 가치에 대해 진정성 있게 소통해야 한다. 책에서 ‘독립성’, ‘온전함’, ‘자기다움’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이유다. 구성원들의 독립적 주체성이 무시당하고 조직의 지시사항에 따르기만 해야 한다면 좋은 이웃은 될 수 없다. 월급을 대가로 노동시간을 제공하는 계약 관계일 뿐이다. 계약 관계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지 서로를 돌보고 성장을 도울 이유가 없다.


당신에게 좋은 이웃은 어떤 사람인가? 나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사람, 도움이 필요할 때 선뜻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좋은 이웃이다. 회사라면 나의 성장과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고민과 어려움을 들어주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해주는 동료들이 좋은 이웃이다. 조직과 구성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며 나의 성장을 지지해주는 조직 안에서 우리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꾸미지 않은 자기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어야 합니다. 화합과 조화를 내세워 평균적 사고를 강요하는 집단 문화를 벗어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 안에서 영혼과 역할이 결합된 삶을 살며 조금 더 온전한 존재로 자신의 모습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집처럼 편안한 조직


우리 집에서는 나는 가장 ‘나다울’ 수 있습니다. 가족이 있기에 우리는 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 때문에 때로는 갈등도 일어나고, 꾸중이나 잔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집에서 나의 존재가 부정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중략) ‘우리 집’처럼, 조직이 구성원에게 ‘안전감’을 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구성원이 어떠한 모습을 보여도 그 조직 공동체 안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지금 보다 더 행복한 조직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모든 가족이 이렇지는 않다.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불안과 위협을 주는 가족도 있다. 다만 ‘우리 집’처럼 느낄 수 있는 편안한 환경 안에서 구성원들이 자기답게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성원들이 ‘우리 조직’, ‘우리 회사’라고 느끼려면 이곳에서의 삶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출처: pixabay.com


저자가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의 고유성이 존중받고 받아들여진다는 신뢰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개방한다. 조직이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사랑’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도 한다. 드라마나 성경에서나 접할 것 같은 단어에 놀랐지만,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정신과 전문의인 스캇펙(M. Scott Peck)의 정의를 인용했다.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려는 의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 집이 편안한 이유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기 때문인 것처럼, 조직이 편안한 곳이 되려면 나를 사랑하는 리더십과 구성원들이 함께 해야만 한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까. 좋은 이웃, 좋은 공동체…라는 말 안에는 이미 사랑하는 관계가 전제되어 있다. 연인들 간의 애틋하고 뜨거운 사랑과는 다른 색깔이다.


조직 내에 진정한 관계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다른 구성원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확장시켜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서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를 확장시켜 조직 내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담기 위한 각자의 그릇이 넓어지는 것을 계속해서 경험해야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조직 안의 ‘다양성’은 꽃이 피어나고, ‘오픈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태어나며, 진정한 ‘팀워크’가 형성됩니다.





참 낯설었지만, 동시에 조직을 넘어 공동체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책의 메시지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는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가족이든 기업이든 조직의 권위와 권력에 개인이 종속되는 문화였다. 개인은 그 속에서 생존과 사회적 지위를 얻었지만 ‘나’를 잃어버렸다. 지금 세대는 생존과 지위가 아닌 자아실현을 통해 행복을 꿈꾼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나답게 사는 삶을 통해서 행복을 느낀다. 권위적 조직문화 안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며 ‘개인주의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번 리뷰했던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라는 책이 자기답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기능적 측면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철학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이기심과 이타심, 개인주의와 공동체… 모순적인 것 같은 인간의 욕망과 양면성을 하나의 목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 때 더 행복한 삶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인사이트를 준다. 새로운 조직문화를 상상하고 실행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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