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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Oct 03. 2022

나답게 일하는 조직문화, 가능할까?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유호현

직장생활 17년 차… 최근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조직문화다. 권위적인 상사와 자기 색깔이 강한 부하직원들, 함께 일하기가 녹록지 않다. 상사의 지시사항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팀원들 사이에서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이 많았다.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익숙한 나로서는 젊은 세대와의 갈등이 낯설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의 변화는 분명하다.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고,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조직이 혁신을 이끌어내고 지속가능성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나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역할조직 VS 위계조직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조직문화를, 국내 대기업들의 조직문화와 비교해 소개한다. 각각을 역할조직/위계조직으로 개념화하여 상호 비교를 통해 그 특징을 쉽게 풀어준다.


두 조직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정권’에 있다. 위계조직은 보스가, 역할조직은 각 업무담당자가 최종결정권자이다. 이는 조직 구성원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위계조직에서는 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반면, 역할조직에서는 구성원 각자가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역할조직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진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문화다. 중요한 사업일수록 상사의 간섭과 통제가 심해진다. 고객보다 대표님의 의중을  살피고 그를 만족시키는 일이 지상 최대 과제일 때가 많다. 그러니 남을 위해 일하는 구성원들은 ’나답게‘ 일할 기회가 없다. 일은 그저 재미없는 것이고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받는 것이 직장인의 덕목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역할조직의 구성원을 프로축구 선수에 비유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그 기여도에 따라 평가와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한 팀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업계에서 경쟁력과 좋은 평판을 얻는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선다. 선수들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유도 경쟁력 있는 나의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서다.


역할조직은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과 커리어를 위해 일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회사의 성공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렇게 업계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더 좋은 커리어 기회를 찾아 나선다. 일의 목적이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이기에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도 크다.

 


정말 가능할까?

   

물론 역할조직이 만능은 아니다. 저자는 역할조직이 기능하려면 ‘활발한 이적시장‘이 전제조건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면 내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동기부여가 약해지고 조직의 현실에 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할조직은 개인을 보호하지 않는다.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프로선수들이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결국 방출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과 같이 노동시장이 유연하지도, 재취업 시스템이 탄탄하지도 않은 사회에서 역할조직이 안정적으로 구현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는 지식산업에 있어서 역할조직으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리더 한 사람의 생각과 결정으로 혁신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공존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 혁신이 가능하다.


그럼, 한국의 노동 환경과 현 직장의 조직문화/인적구성 안에서 나는 어떤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을까? 일개 팀장으로서 마이크로 한 결정마저도 상사에게 확인받아야 하는 문화 속에서 희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모두가 나답게, 그리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그저 ’꿈‘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행동이 필요할까?


책은 내게 많은 질문들을 던졌지만, 나는 그 질문들 앞에서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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