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4개월 만에 재단의 온라인 플랫폼을 론칭했다. 다양한 기부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는 재단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제였는데 업체 선정부터 기획, 디자인, 개발 관리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새로운 조직에 적응도 해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했다. 다행히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되었고 사내 구성원은 물론 외부인들도 기부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했다.
재단에서 진행한 첫 번째 기부캠페인은 베트남 구순구개열 환아들을 위한 수술 지원이었다. 연세의료원 치과대학 선생님들이 매년 진행하시는 수술 봉사활동의 경비와 환아 가정의 교통비 및 선물을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이전 직장에서도 기부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업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의 차별점이 있다면 기부자 타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사내 구성원들의 기부 참여를 많이 이끌어내야 한다. 타깃이 좁고 분명하다는 것은 모금 활동에 있어 장점이지만 그만큼 결과와 피드백이 명확하다는 부담도 있다.
캠페인을 오픈하고 인트라넷으로 홍보하면서 이틀 만에 목표액의 50%를 채웠다. 얼마나 안도가 되던지! 이대로 가면 목표액은 쉽게 달성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금종료를 3일 앞두고 목표액의 11%가 부족했다. 나는 다시 인트라넷에 캠페인을 소개하고 목표달성을 독려, 참여자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캠페인은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내 업무방향이 어떠할지 예고편을 본 것 같았다.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 극한의 I (내향성)를 가진 나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기억에 남는 캠페인 중 하나는 미화 어머님들을 위한 기부캠페인이었다. 어머님들은 매일 새벽부터 사무실을 깨끗하게 청소하시고 오고 가며 인사를 나눈다. 급여를 받는 일자리이긴 하지만, 어머님뻘 되시는 분들이 내 자리 쓰레기통도 비워주시고 사무실 곳곳을 청소해 주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 이사장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어머님들이 직원들처럼 편하게 사내 카페도 이용하시고 쉬실 수 있도록 복지포인트를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구성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평소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내용을 직접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공감이 확산되면서 카페 지원뿐 아니라, 어머님들의 휴게시설 개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미화 어머니들부터 멀리 일면식도 없는 베트남의 환아들까지. 사회공헌 캠페인은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어떤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해 준다. 그 이웃들과 아픔과 슬픔, 고마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물론 구성원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 당장 나에게 득이 되는 일도 아니고 오히려 비용과 시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회공헌 담당자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참여하게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요즘 관심 가지는 주제나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과 문화적 트렌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얻지 못하는 기업 사회공헌은 오래갈 수 없다.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당연하다.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서는 구성원들과의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부캠페인은 사회공헌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을 확산하고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기회이다. 모금이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그 과정에서 구성원의 관심사, 기부-봉사의 트렌드를 배우게 된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공감과 긍정적 피드백은 담당자 개인에게도 큰 보람이고 즐거움이다. 그들의 니즈와 피드백에 귀 기울이는 일은 내가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커버이미지 출처: Unsplash의 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