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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pr 02. 2023

마흔의 존버는 아름답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마흔을 지나 40대를 통과하는 삶은 온통 지뢰밭이다. 성과를 압박하는 상사와 여전히 소통이 어려운 팀원들,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직장생활과 갈수록 의심스러운 나의 능력, 줄어들지 않는 대출금과 벌써부터 걱정되는 자녀 등록금… 사회적 성취를 자랑할 것만 같았던 우리의 40대는 풀리지 않는 숙제들로 가득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니, 사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처럼 삶의 모양이 획일화된 곳에서는 그 나이대에 겪는 공통적인 경험이 있다.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40대 직장인들이라면 상당수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마흔을 위한 책들이 괜히 많은 것이 아니다.

    

출처: yes24.com





김미경은 유명한 자기 계발 강사 정도로만 알다가, MKYU를 통해 커뮤니티 기반 학습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직접 출간한 것도 그의 주요 고객이 40대이기 때문이다. 삶에 지친 40대에게 위로를 전하는 동시에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책. 쉽게 후루룩 읽을 수 있어서 왠지 무기력한 하루에 생기를 넣어주기 위해 읽어봐도 좋을 듯싶다.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40대라면 일단은 내 앞에 놓인 인생 숙제들을 최선을 다해 풀어야 한다. 열심히 돈을 벌고, 집을 사고, 커리어를 쌓고, 아이들을 잘 키워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독립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그래야 50대가 되었을 때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인생에는 때에 따른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고. 직장의 중간관리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20대처럼 자유롭게 나의 욕망을 따라 살아간다면 아름다운 모습일까? 내게 맡겨진 사람들과 과제를 충실하게 책임지는 삶을 사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일까?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존버’도 아름답다.





우리가 존버하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40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5-60대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하는 것이 책의 메시지다. 김미경은 치열했던 40대 덕분에 60세에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출처:  Unsplash의 Fuu J


퍼스트 라이프는 젊고 아름답고 성장하는 재미가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이 절반이고 싫은 사람과도 계속 얼굴을 봐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지난 50여 년간 스스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 같은 시간, 인생에서 제일 좋은 시절이 온 것이다. 마침내 60세에 최고의 황금기를 맞고 보니 이 모든 것이 나의 치열했던 40대가 준 선물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모두에게 진실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 4-50대 퇴직이 기정사실인 우리 사회에서 세컨드 라이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마흔 수업>은 자기 자신을 더 알아가기 위해,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과 비용을 투자하라고 권한다.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멈춰있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물론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마흔 수업>은 내게 두 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인내하며 숙제하고 있는 지금의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과 위로, 다른 하나는 세컨드 라이프를 위해 내 삶의 반경을 조금 더 넓혀야겠다는 다짐이다.


사람은 누군가와 연결되어야 본인이 그동안 얼마나 고립된 상태였는지, 내 좌표가 어딘지 알 수 있다. 돈과 커뮤니티에서 멀어져 있으면 자신이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그동안 숙제하느라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기회들이 세상에 있는지… 더 알아가고 싶다. 그 만남들 속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위한 꿈을 꾸고 계획을 세워나가야지.




*커버이미지 출처: Unsplash의 Miguel So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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