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정혜신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우리가 아픈 이유는 ‘나’의 존재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인기 스타들이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이유도 대중의 욕망을 따르느라 ‘나’로 살지 못해서다. 타자의 기대와 욕구에 맞춘 삶은 아프다. 누구나 그렇다. 요즘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아픔의 원인이 ‘나’의 상실이라면, 치유는 ‘나’의 존재에 집중하고 주목하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불안, 우울, 슬픔, 분노… 이런 감정이야말로 나의 존재 자체이며 존재 핵심이다. 누군가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줄 때, 나의 감정이 옳다! 고 선언해 줄 때 치유가 시작된다. 나의 존재에 진지하게 관심 가져 주는 사람, 그가 치유자다.
사람들은 누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그 마음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것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 여긴다. 아니다. 정반대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심각한 내 고통을 드러냈을 때 바로 그 마음과 바로 그 상황에 깊이 주목하고 물어봐 준다면 위로와 치유는 이미 시작된다. 무엇을 묻느냐가 아니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치유이기 때문이다.
나도 직장생활 중에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힘들고 괴로워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의 상황과 마음, 감정에 집중하고 스스로 ‘나’를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위안을 얻고 나를 성찰할 수 있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담을 통해 ‘심리적 CPR’을 받은 셈이다. 응급 상황에 있던 내 마음이 소생할 수 있도록 긴급조치를 취한 것이다.
심리적 CPR은 ‘나’라는 존재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 감정이 항상 옳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은 내 감정, 내 느낌이므로 ‘나’의 안녕에 대한 판단은 거기에 준해서 할 때 정확하다. 심리적 CPR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도 감정에 따라야 마땅하다.
그날 그녀에게 던진 “요즘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은 바로 그곳, 그녀 존재의 핵심을 정확하게 겨냥한 말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사람의 존재 자체에 주목하지 않는다. ‘나다움’이 강조되는 분위기지만 나의 마음과 감정보다는 나의 욕망에 집중되어 있다. 사람도 서로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서 존재할 뿐이다. 나의 존재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집중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면 우리는 삶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것이 정혜신 작가가 <당신이 옳다>를 쓴 이유다. 아픈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일상에서의 치유자가 될 수 있도록 훌륭한 매뉴얼을 만들어 주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의 글이 헛되지 않도록 나 또한 일상의 치유자로 살아보고 싶다.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 요인이다. 말이 아니라 내 고통을 공감하는 존재가 치유의 핵심이다. 자신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 사람은 지옥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는다.
*커버 이미지: Unsplash의 charlesdeluv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