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 Part.5
스캇 펙은 ‘은총’을 이야기 하기 전에 과학을 먼저 언급합니다. 자아의 성장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회의하고 검증하는 과학적 태도를 길러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과학 자체가 신격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놀라운 우연 혹은 기적과 같은 사건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과학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초월적 현상과 경험의 증거를 인정하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위험한 사고를 우연히 피할 수 있었던 일, 고통스럽던 삶의 문제가 어느 순간 해결되는 일 등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상의 기적같은 순간들이 분명히 있지요.
스캇 펙은 이러한 순간들을 ‘은총’이라고 부르며, ‘의식 세계 밖에 존재하지만 인간의 영적 성장을 돕는 강력한 힘’이라고 정의하죠. 이는 곧 신의 존재를 말합니다. 은총을 내려주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의 성장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저자는 사랑에 대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말했지요. 그렇다면 은총을 내려주는 신은 우리 인간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영적 성장에 관심이 많고 성장을 돕고자 애쓰고 있다는 거니까요.
신이 나를 사랑하고 돕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나의 존재가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로 말이죠. 훈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모의 사랑이 자녀들의 자존감을 형성한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은총을 통해서도 우리는 자존감을 얻게 됩니다.
은총이 실재한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실재뿐 아니라 하느님의 의지가 개개인의 영혼이 성장하는 데 쏠려 있다는 사실에 관한 명백한 증거다.
나는 이러한 깨달음을 전하려고 애썼다. 은총이 실재하고 있음을 일단 깨닫기만 한다면 자신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는 생각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과 의식적 의지를 넘어 성장과 진보를 돕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신을 온통 뒤죽박죽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생각을 뒤집어엎기에 충분하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자연은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하는데, 이는 곧 무질서가 커지는 방향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어질러지게 되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루틴을 만들어 규칙적이고 성실한 삶을 살려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루틴을 벗어나 점점 쉬고 싶어지고 게을러지게 되는 모습을 보잖아요.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또는 타인의 영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사랑’은 본성을 거스르는 행위이죠.
사랑이 자연의 저항을 이겨낸 기적이라면, 나 자신 그리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는 신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개인과 인류 전체의 등을 떠밀어, 무기력이라는 본능적 저항을 이기고 성장하게 하는 이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이 힘에 이름을 붙였다. 사랑이라고. 나는 사랑을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성장한다.
자아의 확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사랑은 바로 진화의 행위다.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는 진화의 힘은 인간의 사랑이라는 모습으로 인류 앞에 자신을 드러낸다. 인간애 중에서 사랑은 엔트로피의 자연법칙을 무산시키는 기적적인 힘이다.
사랑하는 능력, 성장하고 진화하려는 열망을 하느님이 어떻든 우리에게 ‘불어넣어 준’ 것이라고 상정한다면, 곧이어 우리는 그 목적을 물어야 한다. 왜 하느님은 우리가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신은 왜 사랑과 성장의 기적을 우리에게 허락하는 것일까요. 의외로 답은 간단합니다. 인류의 부모가 신이기 때문이지요. 가장 완성된 인격이라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신)을 닮기 원하는 부모입니다.
신이 부어주는 은총을 힘입어 성장하며, 나와 가족을 넘어 이웃까지 돌보는 영적 부모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의 바램을 이루는 과정은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그래서 모두에게 허락된 길은 아닌 거지요.
왜 극소수 사람들만이 은총의 부름에 귀 기울이는가?
그것은 우리의 게으름이다. 즉 우리 모두에게 저주로 내려진 엔트로피라는 원죄다. 은총이 진화라는 사다리로 우리를 밀어 올리는 궁극적인 힘의 원천이듯이, 엔트로피는 우리로 하여금 그 힘에 저항하여 지금의 편안한 자리에 그냥 머물게 하거나 아주 적은 힘만 써도 되는, 사다리 아래로 내려가도록 부추긴다.
은총에의 부름은 사랑으로 세상을 돌보고 수고하는 삶, 봉사와 희생이 요구되는 삶에로의 부름이다. 그것은 영적으로 어린이에서 어른의 상태로 나아가라는 부름이며, 인류의 부모가 되라는 부름이다.
은총이라는 부름의 궁극적 형태는 하느님과 같이 되어 하느님과 함께 책임을 맡으라는 부름이다. 결국 그것은 완전한 성인이 되라는 소명인 것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책 리뷰를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숙한 인격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저자인 스캇 펙의 대답을 따라가다보면 심리학, 정신의학, 종교의 메시지가 복합적으로 연결됩니다.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훈육이 필요하고, 훈육을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며, 사랑은 신의 은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죠. 따라서 은총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성숙한 인격의 좁은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심리학, 정신의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거쳐 초월적 경험과 믿음에까지 이르는 그의 지적 여정에 공감하시나요?
저는 경험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제 삶의 경험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구요. 성숙한 인격을 향한 자아 성장에 관심이 있다면 여러분의 삶에도 적용하고 성찰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