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성경 - 로마서(2)
로마서의 전반부가 복음에 대한 설명서라면, 후반부는 복음대로 사는 삶에 대한 가이드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악한 세상에서도 이웃을 향한 사랑을 품고 선을 행하는 삶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부자 되라고, 더 즐기라고 하는데 성경은 더 낮아지고 더 봉사하라고 한다. 이 가치관의 간극과 갈등 속에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은 선과 악의 치열한 전쟁터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선하게 사는 삶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굳은 의지와 인내로 선을 행하는 성숙한 성품을 갖추어야 한다. 반면 죄를 짓는 일은 아무런 의지나 노력이 필요 없다. 그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게으르게 살면 된다. 선하게 사는 삶은 게으름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로마서에서 가이드하는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구체적인 삶의 규범을 읽어보면 더 와닿을 것이다. 선으로 악을 이겨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매 순간 기도하며 내 욕망을 절제하고, 의지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 뿐이다.
[롬 12:9-21, 새번역]
9 사랑에는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악한 것을 미워하고, 선한 것을 굳게 잡으십시오. 10 형제의 사랑으로 서로 다정하게 대하며,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십시오. 11 열심을 내어서 부지런히 일하며, 성령으로 뜨거워진 마음을 가지고 주님을 섬기십시오.
12 소망을 품고 즐거워하며, 환난을 당할 때에 참으며, 기도를 꾸준히 하십시오. 13 성도들이 쓸 것을 공급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힘쓰십시오. 14 여러분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축복하십시오. 축복을 하고, 저주를 하지 마십시오. 15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 16 서로 한 마음이 되고, 교만한 마음을 품지 말고, 비천한 사람들과 함께 사귀고, 스스로 지혜가 있는 체하지 마십시오. 17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 18 여러분 쪽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십시오.
19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그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십시오. 성경에도 기록하기를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하였습니다. 20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그가 목말라 하거든 마실 것을 주어라. 그렇게 하는 것은, 네가 그의 머리 위에다가 숯불을 쌓는 셈이 될 것이다" 하였습니다. 21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
성경이 말하는 선한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이다. 보통 사랑이 아니라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사랑! 과연 우리가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나님 정도(?) 되시니까 그런 사랑을 보여주셨지 평범한 인간에게는 어림없는 요구, 불가능처럼 느껴진다. 매일같이 치열한 일상을 견뎌내는 보통의 사람들은 내 몸 하나 아끼며 사랑하기도 어렵지 않던가.
[롬 13:8-10, 새번역]
8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다 이룬 것입니다. 9 "간음하지 말아라. 살인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탐내지 말아라" 하는 계명과, 그 밖에 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하는 말씀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10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삶은 사랑하는 삶이다. 나와 내 가족들은 물론, 나와 함께하는 동료들과 이웃들, 그리고 멀게는 지구상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사랑해야 한다. 마치 하나님이 이 세상을 사랑하셨듯이 말이다. 어려워도 그리스도인이 지향해야 할 삶이다.
이렇게 성경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현타가 온다.
‘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이러다 내 인생 폭망하는 거 아닌가?’
손해 보면서까지 타인을 돕고 섬기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 좋은 길을 따라 살아가는데 나만 늘 뒤처지고 얻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이 안 계시면 내 인생은 복구 불가!’라고 여기던 시간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 걱정들은 모두 기우였다. 그 이유는 첫째, 하나님은 진짜 살아계시며 나를 변함없이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로마서의 복음은 진실이며 하나님은 내가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라시는 분이시다. 삶 속에서 만나고 경험한 하나님은 늘 나를 더 나은 길로 이끌어주셨다.
둘째, 행복한 삶의 비밀은 하나님이 더 잘 아시기 때문이다. 세상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하나님은 인생 전체를 바라보신다. 비록 고단하고 힘든 시간들이 있지만, 하나님은 이 시간들을 쌓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만드신다.
결국은 믿음의 문제다. 모든 관계에서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은 ‘변함없는 믿음’이다. 하나님께서 먼저 그 사랑을 약속하셨으니, 이제는 우리가 믿음으로 응답해야 한다. 흔들리는 인생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놓지 않는 굳건한 믿음이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비로소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때, 선을 위해 싸웠던 고단하고 치열했던 삶에 대해 칭찬받고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그 소망이 오늘을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