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김호
혹시 궁금한 게 생길 때만 질문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질문이 가진 힘의 절반도 쓰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말을 유창하게 하는 편이 아닙니다. 회의 시간이나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할 때면, 늘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해 아쉬워하곤 했죠. 그래서인지 우연히 보게된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라는 도발적인 책 제목에 마음을 뺏겨버렸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 걸까?'
책을 통해 머릿속에 스위치가 켜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던 이유는 말을 못 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질문이 너무 '순진'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가장 우아한 무기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전략적 질문(Strategic Questions)'이라고 부릅니다.
전략적 질문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철저히 의도되고 설계된 질문입니다. 그중 업무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두 가지 강력한 도구를 소개합니다.
첫째, '문제(Problem)'가 아니라 '가능성(Possibility)'을 물으세요.
회의 시간이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도대체 원인이 뭐야? 뭐가 문제야?"라고 묻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익숙한 접근이죠. 하지만 이런 질문은 상대방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분위기를 무겁게 합니다.
이때 질문의 방향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틀어보세요.
"우리가 가장 성과가 좋았을 때는 언제였지? 그때는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을까?".
'무엇이 문제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는가(What's working)'를 물을 때, 사람들은 정치적 장벽을 낮추고 협조적으로 변합니다. 질문 하나 바꿨을 뿐인데, 추궁하는 자리가 아니라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리로 변하는 것이죠.
둘째, 의견(Opinion)이 아니라 조언(Advice)을 구하세요.
이것은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팁입니다. 보통 우리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이 안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의견을 묻습니다. 그러면 상사는 팔짱을 끼고 뒷짐을 진 채, 비판적인 시각으로 평가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바꿔보세요.
"팀장님,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싶은데, 조언을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조언이 담긴 일에는 애정을 갖게 됩니다. '조언'을 구하는 순간, 상사는 심리적으로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프로젝트의 성공을 돕는 '파트너'가 됩니다. 자신이 조언한 프로젝트가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질문을 잘한다는 건 화려한 언변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고, 기꺼이 돕고 싶게 만드는 '판'을 짜는 기획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부탁과 협상, 대화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때마다 습관처럼 툭 던지는 질문 대신, 잠시 멈춰 서서 질문을 다듬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질문이 나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까?"
말주변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잘 설계된 질문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하니까요. 오늘 당신은 상사에게 의견을 물었나요, 아니면 조언을 구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