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살 수 있는 이유

마흔에 읽는 성경 - 골로새서

by 재희

충분함: 남들과 다른 출발선


우리는 보통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움직인다. 불안해서 성장하려 애쓰고, 뒤처질까 봐 삶의 속도를 높인다. 결핍이 곧 삶의 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골로새서의 저자, 바울은 우리에게 "더 노력하라"고 채찍질하기 전에 파격적인 선언을 한다.


그리스도 안에 온갖 충만한 신성이 몸이 되어 머물고 계십니다. 여러분도 그분 안에서 충만함을 받았습니다. (골로새서 2:9-10)


바울은 우리가 이미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 분 안에 있다면 우리에겐 부족한 것이 없다.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사랑받을 존재라는 확신,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이다.


그리스도인이 다르게 살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는 '결핍된 자아'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자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사명: 충분한 사람이 세상을 만나는 방식


흥미로운 점은, 이 충분함이 사람을 안주하게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울은 그리스도로 충분했기에 오히려 자기 삶을 '사명'이라는 낯선 방향으로 기꺼이 밀어 넣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방 사람 가운데 나타난 이 비밀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성도들에게 알리려고 하셨습니다. 이 비밀은 여러분 안에 계신 그리스도요, 곧 영광의 소망입니다.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전합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세우기 위하여 모든 사람에게 권하며, 지혜를 다하여 모든 사람을 가르칩니다. 이 일을 위하여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작용하는 그분의 활력을 따라 수고하며 애쓰고 있습니다.(골로새서 1:27-29)


바울은 힘든 사역의 길을 선택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자신의 안전이나 명예, 성공으로 삶의 의미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직 그리스도의 영광만이 그의 삶을 가치있게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 살려주심을 받았으면, 위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십시오. (골로새서 3:1)


여기서 '위의 것'은 부족한 것없는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하는 ‘다른 가치와 사명’이다. 곧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과 공의’다. 사명은 결핍된 사람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숙제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사람이 넘치는 에너지를 세상에 흘려보내는 과정이다.





성장: 경쟁이 아닌 성숙으로


여기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이미 충분하다면 더 이상 노력하고 애쓰는 삶을 살 필요가 있을까? 그리스도 안에서 평안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바울은 이런 생각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 이 새 사람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져서, 참된 지식에 이르게 됩니다. (중략) 그러므로 여러분은 하나님의 택하심을 입은 사랑 받는 거룩한 사람답게, 동정심과 친절함과 겸손함과 온유함과 오래 참음을 옷 입듯이 입으십시오. (골로새서 3:10,12)


바울은 성장의 방향을 바꾸었을 뿐, 성장의 강도를 늦추지 않았다.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변화하고자 했다. '나를 향한 열정'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으로 그 방향이 이동했을 뿐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살아 있게 하십시오. 온갖 지혜로 서로 가르치고 권고하십시오. 감사한 마음으로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여러분의 하나님께 마음을 다하여 찬양하십시오. (골로새서 3:16)


이처럼 그리스도인의 성장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기 위한 성숙한 도구이다.





결국 그리스도인은 세상과 다른 출발선에 서 있으며,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이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조금 덜 불안할 수 있으며, 나를 증명하려 애쓰는 일에 힘을 뺄 수 있다. 그 다름은 비겁한 도피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이웃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며, 사랑을 위한 성숙함이다. 그리스도인은 다르게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 아니라, 다르게 살아야할 '이유'를 발견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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