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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May 15. 2019

왜 하나님은 나를 만나주시지 않는 걸까

모태신앙의 흔한 억울함

교회 학교 시절 목사님께서는 예배 중에 가끔 이런 질문을 하셨다.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교회에서 제일 싫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나의 심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모범적인 모태신앙인으로서 ‘구원의 확신’ 정도는 당연히 갖추어야 할 덕목이지 않은가. 하지만 내 마음은 ‘그런 거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예수 믿으면 천국 간다고 하는 것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예수는 누구며 천국은 어딘가? 진짜 있기는 한건가? 하지만 교회에서 이런 의심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지금 손을 들지 않으면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항상 교회 생활을 성실히 하고 어른들께 칭찬받았던 나인데. 구원의 확신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땅에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우리 박 집사님, 권 집사님 귀에 이 소식이라도 들어가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그런 사태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나는 내면의 치열한 갈등을 뒤로 하고 오른손을 슬쩍 들어올렸다.

‘나 정도면 믿음 있는거지. 구원의 확신도 가지고 있는 거야. 깊이 생각하지 말자.’

중등부 3학년, 여름수련회였다. 저녁 예배 시간 목사님의 뜨거운 설교가 끝나고 기도 시간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하나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무엇이 그렇게 슬픈지 크게 울부짖는 형, 누나들도 있었다. 모태신앙 15년, 나도 울고 싶었다. 울면서 기도하는 것이야말로 구원의 상징이니까. 나도 엎드려 작은 소리를 내어 기도했다.

‘하나님 저 좀 만나주세요’
‘하나님 저도 형, 누나들처럼 울면서 기도하고 싶어요’
‘저 교회도 열심히 다녔잖아요. 제발 만나주세요. 제발 만나주세요. 제발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억울했다. 모태신앙으로 지금까지 교회 나와 예배를 드렸는데 왜 하나님은 나를 만나주시지 않는 걸까. 예배도 잘 안 드리고 장난만 치던 녀석도 울면서 기도하고, 전도 받아 처음 수련회 온 녀석도 뜨겁게 기도하는데 왜 착하고 성실하게 교회 다닌 나만 피하시는 걸까. 정말 하나님이 너무 하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구원만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의 아들 ‘가인’이 생각났다. 자신이 농사지은 것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으나 하나님은 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시고 동생 아벨의 제사만 받으셨다. 가인이 아벨에 대해 얼마나 분노했을지, 하나님께 얼마나 섭섭했을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하나님 앞에 드린 예배가 얼마인데 ‘감히’ 하나님이 나를 만나주시지 않는가! 내 마음에도 ‘가인’이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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