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를 찾다가 예수를 만나다>, 나빌 쿠레쉬
'알라를 찾다가 예수를 만나다'는 제목에서처럼 열성적인 무슬림이 그리스도인으로 회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독교 안에서 충분히 화제가 될만한 책이고 나 역시 제목에서부터 큰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교계 안에 존재하는 이슬람 혐오주의나 거짓뉴스를 부추기는 소재가 되지는 않을 지 염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기우였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으로서 독자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책은 회심에 대한 '간증'을 담고 있지만, 다른 간증 서적들과 달리 기독교 진리에 대한 '변증'적 성격이 강하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나빌 쿠레쉬'의 회심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지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태신앙으로서 성실하며 열정적인 무슬림인 동시에,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논리적인 토론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나빌의 성향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그리스도인들과 토론하기를 좋아했으며 (비록 사전 전략이 있는 토론이었지만) 그는 항상 토론의 승자였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신앙에 진지하지 않았고 자기 신앙의 진리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나빌은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토론의 적수가 되는 '데이비드 우드'라는 그리스도인을 만난다. 데이비드와 그의 지인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토론하는 가운데 나빌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신앙의 도전에 직면한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진리성에 대해 논리적이며 역사적인 비교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가 그동안 진리라고 믿어왔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시는 영적인 경험들도 있었다. 나빌의 회심은 '지성'과 '영성'의 영역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책을 읽은 후 세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이다. 이슬람 신앙의 근거가 어디에서 오는지, 그들이 무엇을 믿는지, 그들의 문화가 어떠한지에 대해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회였다. 특히 이슬람에도 많은 분파들이 있으며 분파들에 따라 신앙적, 정치적 입장들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단 하나의 이슬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신앙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다. 나빌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만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지적인 토대를 갖추지 못했다. 나 역시 모태신앙으로 자랐지만, 교회에서 알려주는 대로 믿고 따라 할 뿐 스스로 신앙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힘은 부족했다. 때때로 의문점들이 생기긴 했지만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진실되고 올바른 신앙의 자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구하려는 열정 없이 과연 제대로 된 신앙생활이 가능할까? 믿음에 대한 지성적 기반이 없이는 세상의 도전과 질문 앞에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무슬림 친구와 관계 맺는 '데이비드 우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성과 영성을 함께 갖춘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빌의 회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나빌의 좋은 친구로서 깊이 있는 관계를 맺었고, 그 관계 안에서 나빌에게 가장 영향력 있으며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전했다. 그의 모습을 통해 또다시 나를 보게 된다. 예수가 진리라고 하면서도 나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진실하게 예수를 전했는지 돌아본다. 그저 '교회 한 번 나와보라'는 말을 건넬 뿐, 우리 삶에 그리스도가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종교적 우월감을 느끼게 하려거나 기독교의 승리를 선포하려는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은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또 다른 성찰과 회심을 요구하고 있음을 느낀다. 진리에 대한 열정을 회복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진리를 나누기를 권하신다. 책을 통해 건네시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이 삶으로 응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