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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un 06. 2020

겁나 어려운, 겁나 흥미로운

<코스모스(COSMOS)> 칼 세이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이 또 한 발 내딛었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이 이 장면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우주와 외계 문명 탐사에 대한 그의 간절한 바람으로 미루어 보건대, 로켓이 뿜어내는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심장 역시 뜨겁게 만들었을 것이다. 


출처: 스페이스엑스


쉬운 과학교양서? 착각은 금물


<코스모스>에는 우주와 인류를 향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에게 우주는 인류의 기원이며, 우주 연구는 인간의 정체성을 알기 위한 인류의 사명이다. 인류의 기원과 미래가 어떻게 우주와 연결되는지 그는 독자들에게 성실히 소개한다.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출처: 사이언스북스


사실 <코스모스>는 방송에서도 소개되고,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말에 쉬운 과학교양서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든 지 얼마되지 않아 내가 단단히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책이 다루고 있는 지식은 그야말로 범우주적이었으며, 그 깊이도 녹록치 않았다. 


저자는 우주와 생명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천문학, 유전학… 등 과학의 모든 것을 다룬다. 또한 우주적 질문에 ‘과학적’ 답을 찾아왔던 인류 역사를 추적한다. 과학의 역사와 철학까지 담아내는 저자의 스케일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나 자신이 대견할 뿐이다! (물론 책을 이해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나의 세계가 우주에 연결되었다


칼 세이건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느꼈다.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주에 대한 연구와 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인류와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국가를 넘어 우주적 관점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이론과 해설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던지는 메시지에는 충분히 납득했다.


현대는 충성의 대상을 인류 전체와 지구 전체로 확대해야 할 시대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하나의 생물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설명한 우리 생각을 싫어하는 자들이 통치하는 나라도 지구상에는 많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주 탐사는 지구에 사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를 죽음과 파괴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구와 지구인을 이해하는 동시에 외계 생명을 찾는 데 써야 한다.


출처: pixabay.com


또한 책을 읽다보니 내 안에 감춰졌던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솟아났다. 내용은 어려웠지만 우주의 시작이라고 하는 빅뱅이라든지, 수소 원자로부터 생명이 만들어진 과정이라든지 더 알고 싶은 분야들이 생겼다.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는 금세 빅뱅, 양자역학, 분자생물학 등 몇 권의 과학서적이 담겨 있었다.


대중은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지성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본질과 기원에 관한 질문은 그것이 깊은 수준에서 던져진 진지한 물음이라면 반드시 엄청난 수의 지구인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것이며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이다.


한마디로 <코스모스>는 우주와 인간, 과학에 대한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책이다. 우주의 기원과 역사, 인류의 생존과 발전이 얼마나 신비하고 놀라운 일인지 경탄할 수밖에 없다. 그 신비의 영역을 인간의 지성을 통해 논리적으로 밝혀내는 과정은 또 얼마나 경이로운지. <코스모스>를 읽은 이상, 당신의 관심사는 이제 뉴스 지면이 아니라 우주를 향해 있을 것이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 독자들의 세계를 우주, 그리고 과학과 깊이 연결시켜 놓았으니. 이제 인류와 지구의 운명은 칼 세이건의 손을 떠났다. 그의 책을 읽고 있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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