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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ul 01. 2020

우주, 어디까지 알고 있니?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모든 것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책은 우주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키웠다. 우주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쉽게 쓰인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은 책이 바로 이석영 교수가 쓴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데 손이 갔다.

실제로 저자는 우주의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일상의 비유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칼 세이건보다 친절한 건 분명하다. 물론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 같은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용어들도 여전히 있다. 문과생이 만난 물리와 천문의 언어들은 그저 생경하기만 하다. 하지만 현대 천문학 이론을 통해 바라본 우주의 역사를 ‘대략’ 이나마 곁눈질해본 데 의미가 있었다.




빅뱅 우주론,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지성의 성취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느끼게 된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면서 137억 년 전에 벌어진 우주 탄생의 순간을 설명하고,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도 걷지 못하면서 수십억 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와 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존재. 인간이 가진 지식에 대한 열정과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지성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출처: pixabay.com


현대 천문학은 '빅뱅'을 통해 우주의 탄생과 역사를 설명한다.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던 빅뱅의 첫 순간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빅뱅으로부터 10의 -43승(위 첨자 표기가 안되어 글로 쓴다;) 초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다. 덕분에 인류는 우주의 팽창, 수소와 헬륨의 원자핵 탄생, 우주배경복사, 은하와 별의 탄생 등 우주 역사의 흐름을 상당 부분 이해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 이론들은 천문 관측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실증적으로 검증되며 발전되어 왔다.




아는 것이 4%, 모르는 것이 96%



한편, 현대 천문학은 인간 지성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지성의 한계와 미약함을 증거 한다. 학자들은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는 무지의 영역을 끌어들인다.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지만 무엇인지 알 수는 없는, 그런 영역이다.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 상의 물질은 4%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주에 대해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우주 위에 선 인간의 존재는 여전히 미약하다.

언젠가는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이 환히 밝혀질 날이 오게 될까? 칼 세이건은 과학에 대해 무한 긍정하였지만, 난 회의적이다. 우주는 인간이 만든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만든 존재다. 지구와 인류의 역사에는 반드시 끝이 오지만 우주의 미래는 알 수 없다. 우주는 인간을 초월하는 영역이다. 초월적 존재에 다가가려는 인간의 열망과 노력은 숭고하다. 그러나 초월적 존재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137억 년 전 우주를 바라보면서도, 눈 앞의 바이러스에 옴짝달싹 못하는 인류가 아닌가.


초신성의 폭발 (출처: pixabay.com)



천문학이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한 인류의 지적 열망이 멈추지 않길 희망한다. 천문학은 인간 지성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도전이자, 인간의 한계를 직시할 수밖에 없는 학문이다. 인류가 가진 능력의 경계에 서 있다는 그 긴장감이 묘하게 매력적이다. 그리고 지성의 경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만으로도 인류에겐 흥분되는 일이며 의미 있는 성취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초신성의 후예’이기 때문에, 우주에 대해 아는 만큼 우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천문학을 통해, 그리고 우주를 통해 인류는 얼마만큼 '나'를 알아낼 수 있을까. 앞으로 인류가 천문학을 통해 풀어낼 우리의 이야기가 진심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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