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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un 19. 2020

스위치 ON! 가족의 즐거움을 켠다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가족의 풍경


결단(決斷)


코로나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한 달 전, 우리 가족도 심각한 결단을 앞두고 있었다. 집에 있던 닌텐도 Wii 게임기는 결혼 전부터 동고동락했으니 거진 10년을 함께 살았던 녀석이다. 신혼 때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을 좋아하는 아내와 저녁마다 Wii 리모컨을 들고 쿠파성을 향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니 게임과는 멀어졌고 오랜만에 꺼낸 Wii는 예전 같은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한 번씩 즐기는데 무리는 없었지만 이미 해봤던 게임들이라 그런지 몰입도가 떨어졌다.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아내는 어느 날 Wii 본체와 게임 타이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뭐해?”
“중고나라에 올리려고”
“판다고?”
“응. 팔고 스위치 살 거야”

아내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다른 집은 남편들이 게임기 사려고 안달이라는데 우리 집은 반대다. 사실 아내는 슈퍼 마리오를 비롯한 고전 게임을 하고 싶어 짝퉁 미니 겜보이를 사기도 했었다. 아내의 마리오 사랑은 초딩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리오 브라더스 3의 숙련된 기술은 압권이다!





격상(格上)


드디어. Wii는 가고 SWITCH가 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는데. 미안하게도 Wii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산 타이틀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U 디럭스>와 <슈퍼 마리오 파티>였다. 명불허전. 나와 아내, 7살 아들까지 스위치의 즐거움에 푹! 빠지고 말았다.

코로나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우리 가족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즐거움도 함께 ‘격상’ 되었다. 매일 저녁, 우리 세 식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스위치를 켠다. 어느새 즐거운 일상이 된 스위치, 가족의 풍경이 바뀌었다.





풍경(風景)


스위치를 산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은 벌써 10가지 이상의 게임을 했다. ‘당근 요정’ 아내의 성실함과 발빠름 덕분이다.

‘당근!’

“무슨 소리야?”
“당근마켓. 중고 게임 살려고 키워드 등록해뒀거든”

우리는 당근마켓으로 보다 저렴하게 다양한 즐거움을 구할 수 있었다. 게임마다 색다른 재미를 준다. 게임도 재밌지만 함께 웃고 떠들고 화내고 짜증 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일도 즐겁다.

마리오 브라더스를 하면서 ‘애증’의 감정을 느꼈고, 마리오 파티에선 7살의 불타는 경쟁심을 보았다. 동물의 숲을 시작한 후로는 서로의 자산과 쇼핑 목록을 보며 질투한다. 게임을 통해 일상의 다양한 감정과 소통을 나눈다.



도대체 게임이 뭐길래 이렇게 우리 가족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문득 조금 특별한 게임 리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을 하는 우리 가족의 풍경을 소개하는 리뷰다. 함께하는 가족의 풍경을 통해 게임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함께하는 즐거움’은 게임과 가족이 지향하는 공통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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